중국의 ‘정찰 풍선’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의 중국 담당 고위관리가 17일(현지 시간) 대만을 방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대만을 찾은 건 2019년 헤이노 클링크 전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이후 4년 만이다.
F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클 체이스 미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가 대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대만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거부하면서도 “미국은 중국의 위협과 관련해 대만을 지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방문이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정찰 풍선 사태로 방중을 취소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말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왕 위원이 만남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며 미국 인사의 방문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중국이 이번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앞서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하원의장으로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대적 군사훈련 등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일단 중국은 이날 체이스 장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과 대만의 왕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 간 모든 형태의 교류와 군사적 연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고 대만해협에 새로운 긴장 요소를 만드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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