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계관은 아이돌 그룹의 필수 요소가 됐다. 초능력은 기본이고, 아바타도 있고 미래에서 오기도 한다. 세계관이 다양해질수록 복잡해지고 대중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요소들이 많아진다. 이런 세태 속에서 트리플에스(tripleS)가 내세운 확장형 그룹 세계관은 이때까지 봐왔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중요한 건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는 것이다.
트리플에스(윤서연 정혜린 이지우 김채연 김유연 김수민 김나경 공유빈 카에데 서다현)는 지난 13일 첫 미니앨범 ‘어셈블(ASSEMBLE)’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라이징’은 신인 그룹의 열정과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꿈을 꾸는 이들을 조롱하는 시대로 변해버린 지금, 트리플에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멋있는 것인지 이야기한다. 반복되는 멜로디 위 자신감 넘치는 가사와 10명의 대인원이 서로 마주 보며 댄스 브레이크를 하는 거울 모드 안무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뮤직비디오는 풋풋한 소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목표를 갖고 달려가는 소녀들이 연습실에 모여 안무를 맞춰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다. 꿈을 가졌기에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트리플에스의 현 모습을 보는 듯하다.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청춘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순수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트리플에스의 음악을 알고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면, 지난해 10월 트리플에스의 데뷔를 알린 트리플에스 AAA(Acid Angel from Asia)와 멤버 구성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앨범은 1년에 단 한 번 ‘모든 멤버’가 모여 만드는 작품이라 먼저 멤버로 공개된 10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트리플에스는 멤버 구성이 자유롭다. 이들은 유닛을 ‘디멘션(DIMESION)’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그룹 이달의 소녀 제작에 참여한 정병기(제이든 정) 대표가 설립한 기획사 모드하우스에서 제작한 팀이다. 멤버들을 한 명씩 공개하고 솔로와 유닛, 완전체까지 다양한 조합을 구성하는 점에서 이달의 소녀와 비슷하다. 트리플에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종 멤버가 꾸려지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디멘션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하면, 그룹 NCT가 NCT U, NCT 127, NCT 드림 등 다양한 유닛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다.
흥미로운 부분은 디멘션이 앨범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지 못하면 해산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트리플에스라는 팀 자체가 해체를 하는 것은 아니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디멘션이 다음 앨범이 나오지 못하는 형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획일화된 콘셉트도 없다. 트리플에스는 특정 색깔과 콘셉트를 정해놓지 않는 것이 지향점이다. 이들의 모토는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로, 하나의 팀이지만 매번 새로운 팀이 탄생한다. 모드하우스 김종수 이사는 “트리플에스는 팀이자 시스템”이라며 “누가 떨어지고, 활동을 못하고의 마이너스 시스템이 아니라 팬들의 참여에 의해 더 많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플러스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모드하우스가 당초 프로모션 단계에서 밝힌 트리플에스의 최종 멤버 수는 24명이다. 다만 ‘확정’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24라는 숫자가 채워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라는 전언이다.
또 다른 재미 요소는 팬 참여형으로 팀이 운영되는 것이다. ‘마스터(MASTER)’라고 불리는 팬들이 트리플에스의 공식 애플리케이션 ‘코스모(COSMO)’에서 디멘션 활동 멤버, 타이틀곡이나 콘셉트 선정에 대한 투표를 한다. 이런 투표의 명칭은 ‘그래비티(Gravity)’다. 4인조 디멘션 트리플 AAA 멤버가 김유연 김나경 공유빈 정혜린으로 추려졌던 것,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 ‘라이징’으로 선정된 것 등이 그래비티의 예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마스터가 NFT 기술을 활용한 포토카드를 구매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을 얻는다. 실물 카드는 GS25 편의점에서 원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이는 투표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마스터들의 그래비티가 이루어진 후, 유저들은 코스모에서 어떤 유저에 의해 어떻게 투표가 이뤄졌는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팬들과 소속사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도 참여형의 일부다. 통상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팬들은 팬카페나 팬 커뮤니티를 통해 소속사의 공지를 확인한다. 대신 마스터들은 주로 게임에서 사용되는 음성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를 활용해 ‘모더’라고 불리는 소속사 측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커뮤니티 기능도 있어 국내외 마스터들의 만남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메타버스 세계관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서울 하우스(숙소)에 일부 멤버들이 살고 있고, 같은 시각 도쿄 하우스에 다른 멤버 코토네, 연지가 있다는 것이 메타버스 세계관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다. 거리의 차이를 초월하는 이런 방식은 앞으로 팬들이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것이 모드하우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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