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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줄 훔쳐갔다" 절규…은행 부수고 불지르는 레바논, 무슨 일이

물가 400% 뛰고 화폐가치는 끝모를 폭락

자산 바닥난 은행들 예금인출 극도로 제한

베이루트 중심가서 다수 은행들 공격받아

예금 인출 제한에 뿔난 예금주들에 의해 부서진 베이루트 시내 은행 지점의 출입문. AFP 연합뉴스




최악의 경제 위기 속 달러화가 바닥난 레바논 은행들이 계좌를 동결시키자 격분한 예금주들이 은행을 공격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다수의 은행 지점들이 성난 예금주들의 공격을 받았다.

50여 명의 예금주는 예금인출을 막은 은행을 성토하면서 지점 출입문 유리를 망치와 곡괭이, 돌 등으로 부수고 출입문 앞에 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있었지만, 분노한 예금주들의 과격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번 은행 지점 공격은 시민들의 예금 인출 허용을 지지하는 단체 '예금자 절규'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뒤 베이루트 곳곳에서 벌어졌다. 공격을 받은 은행은 6곳이 넘는다.

과격한 항의에 동참한 파스칼 알-라이시는 "그들(은행들)은 3년 전에 우리의 돈을 압류하고 훔쳤다"며 "우리 중에는 수백만 달러 현금의 주인이지만 정작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우리는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은행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을 던진 한 여성은 "은행들은 내 생명줄을 훔쳐 갔다. 우리는 배가 고픈데 그들은 문을 닫았다. 그들은 우리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소리쳤다.

중동에서 보기 드물게 자유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던 레바논은 지난 2019년부터 경제 위기에 빠졌다.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속에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치솟고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바논의 경제난은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를 만나면서 회생 불능 수준이 됐다.

이후 3년간 물가는 400% 이상 뛰었고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끝 모를 폭락세를 이어왔다. 최근 1달러당 파운드화 환율은 8만으로 이달 초 6만에서 30% 급등했다.

레바논 중앙은행은 1997년 이후 유지해온 고시 환율(1달러당 1507)을 최근 1만5000으로 대폭 조정했지만, 급등하는 실제 환율과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2019년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후 은행들은 예금 인출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달러화 자산이 바닥난 은행들은 달러 계좌 예금자들의 돈을 내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부터는 일부 예금주들이 은행 창구에 들어가 총기 등으로 직원들을 위협하며 예금 인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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