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구용에서 소개할 친환경 도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웹툰인 데다 이슬아 작가님이 추천한, 구희 작가님의 ‘기후위기인간’입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 연재작이고 기후위기, 플라스틱 쓰레기, 비거니즘 등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환경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구석구석 마음을 울립니다. 환경을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먹방을 보고, 그닥 필요치도 않은 물건을 사면서 잠시 행복해하다가 도로 허기를 느끼는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결핍을 직시한 후에는 마침내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되나 봅니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까 꽤 힘이 솟았습니다. 책에 관심 있으실 지구용사님들을 위해 구희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너무 작은 실천'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
▶지구용 : 기후위기를 알리는 방법으로 '웹툰'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희 작가님 : 이전에 저는 그림 작업만 하던 일러스트레이터였어요. 그러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과연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최대한 이 위급한 상황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환경 문제를 그나마 덜 불편한 언어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웹툰을 떠올렸고, ‘구희’라는 캐릭터도 등장하게 됐어요.
▶지구용 : 연재를 끝내신 이후에 새로 결심한 것, 포기한 것, 미련을 버린 것, 새로운 시도 등이 있으신가요.
구희 작가님 :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심했어요. 기후와 인간의 삶 사이 뿌리 깊은 연결고리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하루 한 끼 비건 지향을 실천할 계획이에요. 아쉽게도 올해 비거뉴어리(1월 한 달 동안 비거니즘 실천)는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지만, 올해 안에 온전히 비건을 실천하는 한 달에 도전하고 싶어요.
포기한 것들도 있어요. 바로 너무 작은 것(실천)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전의 저는 누군가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장면만 봐도 분노가 일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작은 것들에 일희일비하다가는 더 큰 문제들을 놓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저의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저 또한 그런 일회용품들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창작이 분노로만 지속될 수 없기에, 너무 작은 실천들에 대해서는 집착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구용 : 환경을 위해 노력하다가 가족들과 갈등을 겪어보셨나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구희 작가님 : 환경에 관심을 가질수록 ‘여전히 편안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곤 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 좋아하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저의 환경적 기준에 맞지 않게 되는 거죠. 잔소리하고, 설득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하지만 저의 분노는 다른 사람도, 저도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어요.
가족을 통제한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지요. 저의 분노에너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예전만큼 가족들과 갈등이 심하지 않고, 가족들도 감사하게도 저의 주장을 경청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허해서 자꾸 먹고 소비하는 나
▶지구용 : 환경을 넘어서, 너무 자주 사고 버리는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허해서’ 소비하는 습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 주신 것 같고요. 책에 담긴 작가님의 결심이 앞으로도 작가님을 단단하게 붙잡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으신가요?
구희 작가님 :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닌, ‘허해서’, ‘결핍을 메꾸기 위해’ 산 물건들은 되려 저를 집착에 빠지게 만듭니다. 소비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주 순간이니까요. 진정 필요해서 물건을 사고, 그것을 최대치로 활용할 때의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저는 이제 잘 알아요.
솔직히 소비가 아닌 부분에서의 다짐은 확고하진 않아요. 스스로의 완벽성을 그다지 믿진 않습니다. 그만큼 ‘편리함’은 달콤하고 유혹적이에요. 그렇지만 편리를 추구하는 것이 저를 무디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 그림을 다시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요. 저와 비슷한 분들과 기후·환경에 관해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 다시 경각심을 가지게 됩니다. ‘불편함’의 마주함으로써 스스로가 더 나아진다는 걸 아니까요.
▶지구용 : 책 속에 담긴 작가님만의 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말농장 이야기도 그랬고요. 지구용사들에게 추천하고픈 다른 활동도 있으신가요?
구희 작가님 : 주말농장은 무조건 가까운 곳으로 정해야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봄 농사와 가을 농사는 매우 다릅니다. 봄 농사에는 콩, 토마토, 가지, 호박 등 열매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데 그만큼 더 난도가 높고, 가을 농사는 뿌리채소(무, 배추) 위주이기 때문에 벌레 관리만 일주일에 한 번 해준다면 쉬운 편이에요.
그리고 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기후긴급행동 등 환경 단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시면 다양한 환경 챌린지 및 전시, 이벤트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챌린지는 혼자보다 함께 하면 훨씬 재밌고 수월하니, 새로운 모임에 나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시 모임이 싫고 챌린지만 하고 싶으시다면, 개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빠르게 탄소 감축을 할 수 있는 행동은 ‘채식, 비행기 여행 자제하기,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입니다.
성인·기업 환경교육, 정부를 향한 행동이 답
'기후위기인간'에는 작가님이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일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자연은 오염되고 파괴된 모습이었던 거죠.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이 그토록 예민한 건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불행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희 작가님은 "지금 기후변화는 아이들에 대한 환경 교육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성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 정부를 향한 기후 행동과 관련 입법 촉구"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구희 작가님과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책을 읽은 다음에 읽으시면 또 새로운 느낌일 겁니다. 지구용사님들을 위한 구희 작가님의 말씀 덧붙입니다.
“부디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만화 형식이고, 《기후위기인간》은 뒤로 갈수록 재밌으니까요! (귀여운 그림 속에서 블랙 코미디, 소름 끼치는 연출을 기대해 봐주세요. 후후.) 독자분들이 저의 책을 통해 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추구하게 되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는 2월 26일에는 '기후위기인간' 북토크+플로깅 행사(링크)도 열립니다. 관심 있는 용사님들은 신청하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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