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때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은 초동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최초 발화한 5톤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 A씨와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이하 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 B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당시 처음 불이 시작된 5톤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 대한 관리를 평소 소홀히 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몰던 트럭이 2020년에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불이 난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볼 때 차량 정비 불량 등 관리 미흡에 따른 화재로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차량 배기 계통의 열기에 의해 차체가 과열돼 매연저감장치 부근의 전선이 약해지면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서를 경찰에 전달한 바 있다.
화재가 발생한 후 A씨의 조처에도 문제가 있다고 경찰은 결론냈다.
A씨는 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감지하고는 차량을 3차로에 세운 뒤 소화기를 이용해 1분여간 자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을 잡지 못한 채 오후 1시 49분 119에 신고하고 자리를 떴다.
A씨가 화재 직후 바로 인근에 있던 소화전 및 비상벨 등을 사용했더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경찰은 봤다.
관제실 책임을 맡고 있는 B씨 역시 화재 발생 시 비상 대피 방송 실시 등 매뉴얼에 따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일 오후 1시 46분 A씨 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장면은 관제실 CCTV에 그대로 송출됐는데, B씨를 비롯해 근무 중이던 직원 3명은 CCTV를 주시하지 않아 불이 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B씨는 3분 뒤인 오후 1시 49분 화재 현장 주변을 순찰하던 한 직원이 화재를 목격하고 관제실로 전화를 한 뒤에야 불이 난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B씨는 화재 발생 매뉴얼에 따라 해야 할 비상 대피 방송 등 안전조치를 즉시 하지 않았다.
차로의 주행 허용 여부를 알리는 LCS, 도로 전광 표지판인 VMS 역시 가동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화재 발생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제이경인 측의 화재 발생 매뉴얼에 따르면 이 같은 안전 조치는 5∼7분 내에 해야한다. 그 사이 불은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화재 인지 시점으로부터 12분이 지난 오후 2시 1분에는 단전으로 인해 방음터널 내 전기공급이 끊기고 안양 방향 방음터널 진입 차단시설도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반대편인 성남 방향의 경우 방음터널 전에 있는 길이 4.8㎞의 삼성산 터널 입구에 진입 차단시설이 있어 전기 공급이 끊이지 않았고, 오후 2시 5분 차단시설이 작동했다.
결국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안양 방향 운전자들은 계속 터널 내로 진입했고, 그 결과 화재 사망자들은 모두 불이 시작된 성남 방향 차로가 아니라 반대편인 안양 방향 차로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밖에 트럭 소유 업체 대표와 관제실 직원 2명 등 총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방음터널을 공사한 시공사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시공사 등 사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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