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700채를 소유하면서 12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가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2)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진원 인천지법 영장담당 판사는 지난 17일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공범인 40대 여성 B씨의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A씨와 B씨 등 일당 총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만 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5명 중 A씨와 B씨의 구속영장만 다시 신청했다. 다른 공범 3명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해 영장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이들이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 원을 가로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으나 영장 재신청 때는 범행 대상 범위를 좁혔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대상으로만 범위를 한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나머지 혐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계속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0여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인 뒤 지인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A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경찰은 A씨가 바지 임대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했다는 판단이다.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A씨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확보해 영장을 청구했다”며 “앞으로도 전세사기 특별 단속 기간 동안 배후세력 전세자금 대출 사기, 불법 감정, 불법 중개 행위 등 4대 유형을 특정해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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