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의결하시기 전에…"(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그동안 충분히 하셨잖아요."(김영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대안을 다시 논의해야죠."(임이자 국회 환노위 여당 간사)
15일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장. 비공개였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의결 직전 상황이 담긴 속기록 일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란봉투법의 국회 논의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당시 권 차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가 우려하는 입장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 ‘한 문장’을 마무리하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소위원장이 “그동안 충분히 했다”고 되받아쳤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의결 처리의 부당함을 재차 항변했다. 결국 ‘여소야대 소위’는 정부여당과 반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21일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이달 내 노란봉투법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에 대한 환노위의 본격적인 논의는 작년 11월17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4개월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사 관계와 현장의 ‘판도라 상자’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이 민주당 주도로 속전속결이다. 경영계뿐만 아니라 정부는 주무부처 장관까지 직접 나서 노란봉투법 우려를 연신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기존 노동 법제와 질서의 균열이 일어날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 관계의 불안정과 현장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돼야 하청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권이 보호될 수 있다고 맞선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노동조합이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데서 유래됐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원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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