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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노란봉투법, 공정·상식에 부합한가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지난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법률안(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및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등의 예외를 인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가 성급한 법률 개정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노사 관계, 국민경제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개정안이다.

우선 개정안은 명시적 근로계약 관계와 근로조건에 대한 책임이 부재한 사업주에게도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노동조합법상 모든 사용자 의무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하청 근로자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노사 관계 제반 사항에 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의견불일치에 따른 쟁의행위(파업)도 수인해야 한다. 더욱이 교섭 거부나 해태 등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징역과 같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여러 개 하청 업체와 하청 노조가 있는 원청 업체는 수차례 단체교섭과 파업을 감내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사법 처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를 정의함에 따라 누구도 사전에 당사자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민법상 도급계약의 본질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하청 사업주의 주체성과 경영권을 형해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둘째, 개정안은 노동쟁의나 파업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국한하지 않고 별도 사법적 구제 절차가 마련된 임금 체불부터 징계 및 해고자 복직, 부당노동행위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유지된 근로조건 등 이익 분쟁은 교섭과 노동쟁의를 통해, 그 외 권리 분쟁은 근로감독관·노동위원회·법원 등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관행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립·투쟁적 노사 관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고 최근 근로손실일수 감소 등 노사 안정 기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모든 노사 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할 수 있다. 노사 관계 역사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예외를 인정한다. 이미 노동조합법에서 합법적 파업에 대해 광범위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손해를 입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민법상 불법 손해배상책임의 예외를 불법 쟁의행위에만 허용하는 것이다.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부분(89.3%)은 사업장 점거, 폭력과 같은 쟁의행위 수단의 위법성 때문에 발생했다. 90% 이상이 특정 노조 소속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법치주의와 노사 관계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현장의 불확실성을 높여 사회 갈등과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파업의 일상화와 특정 노조의 특권화에 대한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원·하청 격차나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은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쓸 것이다.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에서의 합리적인 결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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