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금융 인재 유치전을 선포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가 홍콩을 대체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며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콩의 금융 기능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흔들리는 틈을 타고 인재 영입에 뛰어든 것이다. 여당인 자민당은 소득세 감면과 체류 자격 완화, 사무실 무료 임대 등 ‘고도(高度) 전문직’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2012년 5월부터 국내 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해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고도 전문직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력난과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학력이나 어학 능력, 연구 실적 등을 점수로 환산해 70점을 넘으면 체류 3년 만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통상 10년 이상 거주해야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80점이 넘는 ‘초고도 인재’의 경우 1년 만에 영주권 신청을 허용했다. 혈연관계나 거주 여부가 아니라 자질과 능력 위주의 인재 영입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일본은 2013년 최저 연봉 기준을 완화하고 연구 실적 반영도를 높이는 등 체류 자격 문턱을 낮췄다. 2016년에는 일본에 투자하거나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분야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했다.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 인력 비중은 2012년 18.5%에서 2021년 22.8%로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고도 외국 인재’를 대상으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연봉 2000만 엔(약 1억 9400만 원) 이상의 외국인은 석사 학위가 있거나 경력이 10년 이상이면 체류 1년 만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해진다. 세계 순위 100위권 이내 대학 졸업생은 단기 체류 기간이 기존 90일에서 2년까지 늘어난다.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우리도 해외 인재들이 몰리는 ‘인재 플랫폼 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체류 환경 개선 등을 통해 매력 국가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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