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 한 것은 수개월에 걸쳐 비밀리에 계획된 것이며, 전례 없는 위험을 무릎 쓴 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공습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국경에서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다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출발 직전 러시아에 이를 사전 통지 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를 떠난 직후 화상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며 “근대 이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핵심 기간시설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중인 나라의 수도를 방문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도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오늘 방문은 담대하고 강력한 행위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믿을 수 없이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 회담’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인프라 시설의 재건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리번 보좌관은 “두 정상은 에너지, 기간시설, 경제 및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대화했다”며 “향후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세션을 갖는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평화 해법 등 정치적 측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요구 중인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두 정상이 그 문제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두 정상은 각기 다른 일련의 무기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구체적인 이동 수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의 특수 기차를 타고 키이우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교 인사들이 이용해 온 이 기차 안에는 취침용 침대와 10명이 앉을 수 있는 회의 테이블 등이 확보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를 방문하는 동안 미군은 E-3 센트리 조기경보기와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폴란드 영공에 띄워 주변 상공을 감시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몇 달 전부터 국가안보회의와 비서실, 국방부 일부 및 정보 당국을 포함해 세심하게 계획됐다”며 “극소수만이 계획에 참여했으며, 대통령은 각 단계 및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해 세심하게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악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러시아 측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알렸다고 이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출발 몇 시간 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전 통지했다”며 “소통의 민감성을 감안해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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