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한 것은 현장에 만연한 불법으로 인해 건설 산업의 근간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노조의 부당한 금품 수수와 불법적인 태업으로 공기가 늦어지면 건설 원가가 높아지고 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의 불법행위는 즉시 처벌하는 한편 현장에 대한 상시 조사로 월례비 강요 등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발표한 ‘건설 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에는 △건설노조 불법행위 점검·단속 강화 △불법·부당행위 차단·방지 △건설 근로자 보호 조치를 위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노동 개혁의 핵심 과제이자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토부의 실태 조사 결과 급여 외에 별도로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43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아낸 월례비는 총 243억 원으로 상위 20%(88명)는 평균 9470만 원을 수취했다. 특히 타워크레인 조종사 한 명이 1년 동안 2억 1700만 원(월평균 1670만 원)의 월례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는 신고가 접수된 사례 중 월례비 수취 계좌 등 증명 가능한 건수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부당 금품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워크레인뿐만 아니라 레미콘, 다른 건설기계 노조들이 괴롭히지 않는 명목으로 뜯어간 돈,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가져간 돈 등을 취합해보면 최근 2년간 최소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경찰청은 ‘200일 특별 단속’을 통해 17일 기준 400건, 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하고 20명을 구속했다. 현재 1535명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월부터 4월까지 건설 현장 노사관계 불법행위 및 채용 강요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에 나선다. 정부는 불법행위 신고 현장에 대한 점검에 더해 지역별 주요 현장에 대한 상시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단속을 통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한 제재와 처벌을 가한다. 채용 강요와 노조 전임비·월례비 수취는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로 처벌한다. 강요죄 적용 시에는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기계 장비로 공사 현장을 점거하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를, 위법한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정부는 건설 현장 안전 규정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월례비 지급을 거부당한 노조가 안전 규정을 빌미로 준법투쟁(태업)을 일삼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외국인 불법 채용 적발 시 1~3년간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는데 해당 기간을 완화하고 사업주 전체 사업장이 아닌 사업장 단위로 고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월례비 수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다. 정부는 계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해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 의무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면허정지 기간은 최대 1년이다. 추후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을 통해 월례비 강요, 기계 장비 공사 점거 등의 행위에 대한 사업자 등록 또는 면허 취소 등 제재 처분의 근거도 마련한다.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내년부터 불법행위 최초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원도급사와 감리자에게는 불법행위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원도급사가 하도급사 피해에 대해 직접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면 시공능력평가 시 가산점을 준다.
정부는 추가로 입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상반기 중 각 소관 부처를 통해 발의할 예정이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국토부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와 부당 금품을 요구하며 레미콘 운송을 거부한 사업자에 대한 자격 취소 등이 추진될 계획이다.
다만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군 건설사 시공 부문 임원 A 씨는 “뿌리 깊게 내려온 관행이라 쉽사리 노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기 호주머니에 들어오던 돈이 갑자기 끊기기 때문에 절박하게 싸우려 들지 않겠는가. 결국 볼모는 건설 현장들”이라고 토로했다.
건설노조는 이르면 올 7월 총파업을 단행해 정부와의 대치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B 노무사는 “현재 건설노조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맞서 대의원 회의를 소집하고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라며 “건설노조 집행부에서는 그때까지 가입 독려 등을 통해 10만 명까지 세를 결집하고 지역 단위로 지부 등에서 따라야 할 대응 지침 등을 하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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