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에서 김과장은 꼰대스러운 기업 조직문화와 노사관계에 저항하는 MZ세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김과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MZ 노동조합들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섰다. 21일 LG전자(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서울교통공사(올바른 노동조합) 등을 필두로 8개 MZ노조들이 연합하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공식 발대식을 했다. 이들은 ‘공정과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기성노조와는 다른 노동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MZ노조들은 기업과 기성 노조에 ‘5요’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질문 1은 “근로시간 제가 선택하면 안 되나요”다. 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에 식상하며 ‘내가 선택하는 근로시간, 내가 선택하는 삶’을 원한다. 공짜 야근은 거부하며 연차는 개인의 권리이고, 사용 사유도 묻지 않기를 바란다.
질문 2는 “제가 받은 보상은 과연 공정한가요”란 질문이다. 재벌기업의 한 MZ 근로자는 사내게시판에 ‘성과급 산출방식을 밝히라’란 글을 올리고, 회장에게 투명한 임금 산정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기성 노조가 4050세대에만 유리한 복지를 늘리는 데 불만이다. 세대간 불공정을 유발하는 호봉제보다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질문 3은 "제 급여 공제는 어떻게 쓰이나요"다. 기업에서 급여 공제는 사내 성금 갹출, 노동조합비 일괄 공제(check-off) 등 여러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자동 공제되는 돈의 불투명한 지출에 의구심을 갖고,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질문 4는 “제 귀한 시간이 왜 강제 동원돼야 하나요”다. 이들은 강성 노조가 정치 이념을 내세워 어디로 집결하라는 식의 총파업은 나의 워라벨을 망치고 월급을 뜯어가는 꼰대 파업이라 생각한다. 오픈 채팅방에서 실시간 토의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노조 창립총회도 한다. 대절버스 타고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오프라인 시위는 인생 소모라고 생각한다.
질문 5는 “제 얘기도 좀 들어주시면 안되나요”다. MZ노조들은 계속 등장하지만 기성 노조들에 비해 세가 약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연합체를 결성한 것이다. 이들은 기득권 노조 대표에 공정 대표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사무직·연구개발직과 같은 직종 특성이 반영된 분권화된 근로자 대표제가 마련돼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MZ노조들의 ‘5요’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묵묵부답이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공정한 인사관리와 임금체계 구축,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 불공정한 노사관계 관행 개선 등과 같이 MZ들은 기성세대가 잉태한 낡고 비상식적인 노동 관행을 공정과 상식에 맞게 개혁하자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다가 묵살 당하면 포기하고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나 이직으로 대응하는 슬픈 ‘셀프 노동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BTS의 ‘세이브 미(Save ME)’ 가사처럼 MZ노조들의 외로운 외침을 노사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청취해야 한다. 그들이 일할 맛 나는 ‘노동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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