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갈등이 24일 인도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빈국·신흥국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놓고 양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잠비아·스리랑카 등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최대 채권자이지만 이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두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빈국·신흥국의 부채 탕감 문제가 점점 격렬해지는 미중 간 지정학적 싸움의 또 다른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 집계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최빈국 75곳의 채무는 약 326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 프로젝트로 여러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최대 채권자가 됐다. 지난해 5월부터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인 스리랑카도 중국으로부터의 차입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늘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 기간에 중국 측과 회담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각종 연설에서 중국을 향해 부채 탕감을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인 인도는 중국에 “부채 해결 방안을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며 “부채 탕감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의견 차이가 크다. 약 130억 달러 규모의 국가채무를 재조정해야 하는 잠비아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세계은행을 비롯한 여러 다자 간 대출 기구에서 차입한 채무도 재조정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세계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은 기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저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빈국의 60%가 이미 부채 위기에 처해 이들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채무 재조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냐 깁스 국제금융협회(IIF) 전무이사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부채 수준이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상당수 국가에는 퍼펙트스톰과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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