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자산 시장에서 기준금리 상승 우려가 다시 번지고 있다. 고용과 소비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경제 반등 신호가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과 증권 시장을 억누르는 분위기다. 시장은 이제 기준금리가 5.5%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물론 연준의 연내 기조 전환(Pivot)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올 들어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각각 2%, 2.06% 하락했으며 ‘골디락스’ 경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주 주간 상승을 기록했던 나스닥도 이날 2.5% 급락했다.
금리 상승 우려가 직격탄이 됐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995%로 11월 9일(4.095%) 이후 가장 높았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729%까지 올라 2007년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상승 전망은 자산 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활동을 옥죄는 요인이다. 시드니에 있는 웨스트팩뱅킹의 채권리서치 책임자인 데미엔 맥코로우는 “현재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재조정이 이뤄지면서 글로벌 채권금리는 앞으로 몇 주간 더 오를 수 있다”며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4%를 넘어 4.15~4.2% 사이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지난해 채권금리가 정점이었던 10~11월 수준으로 당시 10년물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미국 모기지금리가 7%를 돌파하는 등 시중금리도 급상승한 바 있다.
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연준의 피벗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가 5.25~5.5% 범위를 유지할 확률은 전날 25%에서 이날 32.5%로 급등했다. 연말 금리가 한 단계 낮아질 확률(35.2%)과의 차이는 2.7%포인트 밖에 나지 않으며 이날 한때 5.5%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높아지기도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거시지표 호조와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이 기준금리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이는 연준이 통화정책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24일 발표되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의 경우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의 1월 PCE 전망치는 전년 대비 5.0%로 12월(5.0%)과 동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12월 0.1%에서 0.5%로 오름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PCE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과 소비에 이어 주요국의 기업 활동이 반등하고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이날 S&P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2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46.8에서 50.2로 상승했다. 8개월 만의 최고치이자 7개월간 이어진 위축 흐름에서 벗어났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제 활동이 확장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 역시 종합 PMI가 52.3으로 지난달(50.3)에 이어 경기 확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48.5로 위축 국면에 있던 영국 역시 2월 종합 PMI가 53.0을 기록해 확장세로 돌아섰다. S&P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임금으로 이동하면서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제 호조 추세가 지속된다면 고금리 시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일컫는 중립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적인 기준금리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금리전략책임자 매튜래스킨은 최근 메모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가 2%포인트 줄었지만 현재 (이 수치는) 불안정하다”며 “노동시장과 경제가 여전히 회복력이 있다면 연준은 중립금리 추정치를 높일 수 있고 이는 장기 (국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