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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약금 입금일이 부동산 거래일”…입법예고에 중개사들 ‘부글’

‘부동산 거래 체결일=가계약금 입금일’ 입법예고

국토부, “민법과 법제처 법령해석 등 고려

‘계약서 작성일’ 개념과 헷갈리지 않도록”

현장선 “본계약으로 안 이어질 때도 있어…행정처분 쏟아질 것”


#.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 있다’고 했던 지난 2018년 초, 내 집 마련에 나선 A씨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B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고, 가계약금으로 1000만원을 매도인 C씨 계좌에 입금했다. 그러나 매도인은 만나서 계약서를 쓰기로 한 때보다 4시간 전에 갑작스레 매도 의사를 취하했다. A씨가 “가계약금도 계약금”이라며 약속래도 계약을 이행해달라 항의했지만, 매도인 C씨는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라며 이미 받은 계약금 회수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거래금액의 일부를 선입금한 것도 계약으로 간주한다는 판례를 매도인 측에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나서야 계약 파기의 책임을 물어 가계약금의 배액을 받을 수 있었다.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실거래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20% 넘게 하락했다. 2006년 실거래가지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연합뉴스




앞으로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일시의 기준이 지금보다 명확해진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계약 신고서 유의사항에 거래신고 기한의 시작점이 되는 계약체결일에 대한 설명을 추가할 방침이다. 현재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중개보수를 신청할 수 있는 ‘계약서 작성일’을 계약체결일로 보고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도 다소 혼란이 있는 만큼, 정부가 민법 등 법령 해석에 충실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23일 정부와 공인중개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하고 지난 14일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은 부동산거래계약신고서 유의사항에 ‘계약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면서 매매대금, 잔금 지급일 등 계약의 중요 부분에 대한 합의(서면·구두 등을 포함)가 있었다면 그 날을 거래계약의 체결일로 본다’는 문구를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사례에서 보듯, 민법상 계약체결일은 계약서를 작성한 날이나 교부한 날이 아닌, 거래 당사자끼리 금액과 거래 조건 등 계약의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일시를 뜻한다. 구두 또는 문자 합의도 계약으로 인정되며, 중개 실무상 매수자가 매도자로부터 계좌를 받아 가계약금을 넣은 때를 계약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 계약서를 쓰고 서로의 인감을 찍은 날을 계약일로 보는 시각도 다수다. 때문에 국토부에 실거래를 신고할 때도 계약서 체결일을 기준으로 신고기한(30일 내)을 계산해 과태료 처분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현행법은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거래를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거짓 신고로 분류되면 취득가액 2%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계약체결일 기준을 하나로 통일해 혼선을 막고자 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연합뉴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 관계자는 “재작년 법제처에서 부동산 거래계약의 체결일의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시점을 매도, 매수인간 거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때로 봐야 한다는 법령 해석을 내놓았다”며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는 물론 직거래를 하는 일반 국민들도 헷갈리지 않도록 거래체결일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유의사항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입법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가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본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가계약금 지급한 날을 계약체결일로 규정해버리면 행정 처분을 받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가계약과 본계약 사이에 시장 변동에 따라 거래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에 시장에 대한 왜곡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이 계약서 작성일 또는 교부일이라는 점도, 이들의 반대 이유다.

수도권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D씨는 “국토부가 실제 거래가 체결되는 현장을 모르고 결정을 한 것 같다. 가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잔금이 오가는 시기는 한달 반에서 두달까지 한참 먼 데다 거래금액이 바뀌는 경우도 많아서 자칫 행정처분 받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중개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규제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민법에는 가계약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데 그래서 현장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변심하면 계약해지 가능토록 특약을 걸어 두는 등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약금’의 성격을 확약금이나 약정금 등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대로 거래계약서를 체결한 때를 기준으로 실거래 신고를 해도 문제가 없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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