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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워크숍서 커피 주문 요령 발표?…산은 부행장에 뿔난 MZ들

기업금융 부문 워크숍서 37개 주제 1~2분씩 발표 지시

젊은 4~5급 직원들 황당한 주제 발표에 불만 쏟아내

안영규 KDB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이 지난 2021년 2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금융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은행




‘기업금융 워크숍에서 커피 주문 요령을 발표하라니….’

KDB산업은행이 부행장 지시로 사내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젊은 저연차 직원들로부터 업무가 과중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행사를 축소하기로 했다. 핵심업무가 아닌데도 갑자기 지시해 불필요한 야근을 했다는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폭주하면서다. 부행장 측은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면서 결속력을 다지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내 구성원들간 불신과 혼란만 부추긴 셈이 됐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의 기업 자금조달을 총괄하는 기업금융 부문은 안영규 부문장(부행장) 주재로 이날 부문별 워크숍을 실시했다. 통상 연초에 실시하는 워크숍은 한 해 업무를 준비하고 직원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부문마다 자유롭게 진행한다. 안 부행장은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HMM 매각을 총괄하고 있으며 그동안 쌍용차와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관리와 매각 등 굵직한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번 기업금융부문 워크숍에서는 안 부행장 등 고위급이 기업금융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리급에 해당하는 4~5급 직원들에게도 발표 기회를 주기로 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그 동안 저연차 실무 직원은 간부들의 발표 자료를 만들기만 했는데 직접 발표할 자료까지 준비하면서 업무가 대폭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37개에 달하는 세부 주제를 60분 동안 소개를 마치도록 계획을 빽빽하게 세우면서 발표자는 1~2분 내에 자신에게 맡겨진 주제를 소화해야 했다. 37개 주제 중에는 기업금융부문 자산 현황이나 산업 금융 협력 방안, 신용평가 관련 등 핵심 업무에 관한 사항들도 있었지만 올 해 달라지는 제도(만 나이 등), 인터넷익스플로러 지원 종료 유의사항, 연금계좌 세액공제 등 세테크 정보, 교통법규 변경 내용(우회전 일시 정지 등), 페이코 비대면 커피 주문 팁 등 업무와 별로 상관이 없는 주제들도 적지 않았다.

산은의 한 직원은 “부행장 지시를 센터장 등 고위직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전달하고 월요일까지 완료하라고 했다"면서 “기존 업무가 많은데 1~2분 발표를 위해 야근까지 해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일부 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정식으로 기업금융 부문의 워크숍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업무 내용을 노조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다만 직원들의 고충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산은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산은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저연차 직원들의 불만이 있어도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조에 요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상당수 젊은 직원들이 이같은 내용을 직장인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내 산은 및 전체 금융기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 부행장은 발표 주제를 축소하고 발표자도 팀장급 이상 간부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본사의 부산 이전 추진으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그렇지 않아도 팽배한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생겨 산은 내부가 무척 시끄러운 상황”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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