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를 밀반출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재판이 시작됐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기록만 100여 권에 달해 검찰과 변호인 측은 기록 검토를 위한 일정 등 의견을 조율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3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과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혐의점에 대해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쟁점을 정리하고 이후 진행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자유롭다. 양 회장은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참석했다.
검찰 측은 기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모두 다 합치면 100여 권 정도”라고 답했다. 앞서 기록 열람을 불허한 것에 대해서는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 모 씨 등 공범이 기소되기 전이라 불허했고 기소 이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만기가 3월 2일인데 그 전에 증거목록과 함께 기록제공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참고로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기소된 혐의의 사실관계는 다툼의 여지가 적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또 이날 증거목록 등 기록복사를 위한 열람이 아직 안 된 점을 짚어 자료를 서둘러 전달받기를 요청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대북사업 추진 당시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 등을 지급하기 위해 총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다음 북한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 제공 등으로 3억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2차 준비기일은 다음달 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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