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공장은 지난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서 1년 유예를 받았으나, 앞으로 중국에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 및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과 SK에 제공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들(삼성과 SK)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의 한도(cap on level)가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삼성·SK 등 한국 기업들과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6㎚ 이하 로직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은 미국의 보조금 등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없도록 제한 하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삼성과 SK 역시 결국은 이같은 제한을 예외 없이 적용 받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맹의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날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함에 있어 한국이 핵심적인 파트너임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았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었다면서 “그건 한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과정에서 한국이 적극 협력한 것에 대해서도 이날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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