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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크레인 긴급수리 주 52시간 위반아닌데 …너무 나간 노동개혁 홍보

문체부, 노동 개혁 홍보 웹툰보니

장비 수리도 52시간제 어려움 묘사

사고 우려 시 특별연장근로 가능

노동 개혁 두고 노정 갈등 고조

“현장 목소리 반영하다 제도 놓쳐”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게시한 노동개혁 홍보 카툰 중 일부. 사진출처=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제의 개편을 노동 개혁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행 주 52시간제를 오해할 수 있는 정부 홍보물이 등장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 개혁을 두고 노동 개악이라며 제도 시행 효과를 곡해한다고 비판해왔다. 정부가 현행 제도조차 설명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다면, 노동계의 개혁에 대한 불신과 비판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범 정부 정책을 알리는 ‘정책브리핑’ 메인 홈페이지 내 노동개혁 소개란에 ‘노동현장에서 말하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이라는 카툰을 14일부터 게시했다.

이 카툰은 건설현장 근로자가 연장근로시간 단위 조정 필요성을 호소하는 이유를 아버지가 딸에게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현재 1주인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는 노동 개혁 과제 중 하나다. 카툰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건설현장 근로자의 말은) 근로현장에서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건설현장은 중요한 장비가 고장난 경우 야간에도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 52시간제를 맞추다보면 일을 제 때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위해 카툰에는 건설현장 크레인 장비 중간 지점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 장면이 쓰였다.

이 설명은 국민에게 크레인과 같은 대형 설비의 긴급 수리를 위한 추가 근무도 주 52시간제 위반인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구성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영계와 산업 현장에서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카툰 상 크레인 수리는 주 52시간제의 보완 제도인 특별연장근로를 고려할 때 관련 법 위반 없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이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1주 12시간 연장근로 외 추가 근로를 허가한다. 특별한 사정은 다섯 가지다. 재해 및 재난 수습, 생명 및 안전 사안, 돌발상황, 업무량 폭증, 국가경쟁력 위한 업무개발이다. 카툰에서 소개된 상황은 큰 틀에서 안전 사안과 돌발 상황에 해당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8월 배포한 특별연장근로 보도자료서 예로 든 특별근로 인정 사례. 사진제공=고용부


고용부는 작년 8월 특별연장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중요 설비 등의 장애로 인명 사고 등 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면 (특별근로가) 인정된다’고도 설명했다. 크레인 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부가 예로 든 중요 설비다. 카툰 상황이 통상적인 시스템 유지 및 보수가 아니라면 특별연장근로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가 문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인가 추이를 보면, 사업장 건수는 작년 7월 기준 220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6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가 건수도 77.2% 뛰었다. 이 제도는 사전뿐만 아니라 사후 인가도 가능하다. 급한 상황에서 연장근로를 하고 고용부에 인가를 받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런 이점을 고려해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사용을 적극 권장해왔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이미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사후 승인은 남용을 걱정해야 될 정도로 많다”며 “(주 52시간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정부(문체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두 축으로 한 노동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하는 등 노정은 개혁 과제 해석 방향이 정반대다. 노조 회계 투명화, 중대재해 자기규율 예방체계 등 다른 개혁 과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노조 국고보조금 지원 논란까지 터지면서 노정 관계는 살얼음판으로 비유될 정도로 갈등 수위도 높은 상황이다. 노동 개혁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노동계를 비롯해 국민에 개혁 과제 취지와 효과를 정확하게 알리는 일을 우선으로 여긴 분위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2일 노동계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정부가 ‘노조를 탄압한다’, ‘노노 갈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며 “개혁은 다수의 보통 노동자와 취약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카툰 내용은 크레인 업계의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구성됐다”며 “주 52시간제 준수의 어려움과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특별연장근로를 고려하지 못했다, 여러 제도를 인지하고 더 신중하게 정책을 홍보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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