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데 대해 치열한 ‘신경전’이 펼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 수사만 언급되면 검찰이 작아진다’거나 ‘혐의 유무를 떠나 발표 타이밍을 놓쳤다’는 등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와 처분이 지지부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 등 처분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판 진행내용과 최근 선고된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도 덧붙였다.
검찰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결과를 보고, 수사를 이어간다는 뜻을 밝힌 셈이나 법조계에서는 ‘원론적 답만 되풀이 했다’는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피고발된 피의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권 전 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팀 변경 전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시기나 내용 등은 알려진 바 없다. 오히려 앞선 수사팀 관계자가 일부 언론에 ‘김 여사가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고 밝히면서 진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안상근 더불민주당 상근대변인은 25일 “검찰 수사팀이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 여사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검찰이 부르지 않았다’는 김 여사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이었다”고 강을 세웠다. 이어 “김 여사의 요구대로 검찰은 서면조사만 한 차례 했지만, 당시 수사팀은 (조사가) 충분치 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그 흔한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 검찰의 칼이 힘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사건 수사는 완료되지 못한 채 논란만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검찰이 타이밍을 놓쳐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밝히지 못한다는 해석까지 나온다”며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이미 결론을 내놓고도 정치권 눈치를 보는 탓에 외부에 공개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여사 수사에 대해 검찰은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수사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라, 검찰이 김 여사 수사 앞에서만 다소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는 1심 결과를 보고 수사한다는 입장이나 검찰이 2심 판결을 지켜본 뒤 수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정치적 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이라거나 늦추려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여야 사이 논쟁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야는 지난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영부인이 되기 전에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왜 대통령실이 변호인처럼 나서서 변호를 하나”며 “이 지점에 대해서 대통령실의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 업무 보고와 현안질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김 여사 소환조사를 안 했으니,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아직 알 수 없는데 대통령실이 나서서 무죄를 선포해보렸다”며 “그러나 대통령실이 수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2년 이상 추미애·박범계 장관 시절에 탈탈 털었는데, 증거가 없어서 기소조차 못 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특검 운운하는 게 오히려 정쟁으로 몰고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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