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프랑스·독일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피아트·페라리·람보르기니 등 굴지의 브랜드가 포진했지만 정작 전기차 전환에는 뒤처진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돌포 우르소 비즈니스 및 이탈리아산 담당 장관은 2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방송 TGcom24에 출연해 EU가 14일 통과시킨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에 대해 “유럽위원회는 이념에서 벗어나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2035년부터 27개 EU 회원국의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어 그는 “유럽 3대 산업 대국이 협력하면 EU의 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규제 속도를 늦추기 위해 프랑스·독일과 연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논의를 위해 이미 이달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장관을 만났다고 전했다. 다음 달 3일에는 로마에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U가 최근 제안한 ‘유로7’ 등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 법안을 완화하기 위한 독자 행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우르소 장관은 “시민과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이탈리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24년 차기 유럽의회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법안 승인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EU에서는 특별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법안을 채택한다.
이탈리아의 민감한 반응은 자국 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에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이탈리아 내 신차 판매량 중 순수 전기차(BEV)의 비중이 3.7%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앞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EU의 내연기관차 퇴출 법안에 대해 “(전기차 시장의 강자인) 중국에 선물을 안겨주는 자살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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