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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더 글로리" 비판…정순신 아들 학폭 어땠길래

피해자에 “제주에서 온 돼지XX” "빨갱이" 등 폭언

주위엔 "아빠 아는사람 많다…검사, 뇌물받는 직업"

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검찰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제 2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이 취소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 문제와 이에 대한 정 변호사 부부의 대응이 문제가 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 모씨는 2017년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동급생 A씨에게 폭언을 했다. 피해자는 A씨 뿐만이 아니었고 다음해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서면사과 △전학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학부모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등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씨 측은 이 처분에 불복해 강원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징계위는 같은 해 5월 전학 조치를 취소했다.

당시 진행된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 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에서 정 변호사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판시했다.

소송대리인 역시 "A씨가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를 본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언어폭력과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학교 측이 처분 수위를 낮추자 이번에는 피해학생 측에서 재심을 청구해 다시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통해 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정씨 측은 다시 징계 취소소송을 춘천지법에 제기했지만, 1심·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정 변호사 측이 아들의 진술을 직접 지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고등학교 교사는 2018년 6월 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에서 정 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씨 부모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전했다.

또한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며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라고 적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판결문에는 당시 피해자 A씨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정씨가 2017년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피해자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빨갱이 새끼” 등의 폭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학생들의 또 다른 증언으로는 점심식사 중 A씨가 근처에 오면 정씨가 "더러우니까 꺼져라"라고 말하는 일은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다는 내용도 있다. 2학기 기숙사 방 배정 이후에는 A씨가 정씨가 있는 방에 오면 "꺼져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넌 여기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와 같은 동아리였던 정씨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표결투표를 통해 A씨를 동아리에서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후배들과 있는 자리에서 A씨가 말하려 하면 "돼지는 가만히 있어"라고 제지하고, A씨가 동아리에 들어간 사실을 지적하며 "그 동아리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그 동아리 나가라. 동아리 선배들에게 사과해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정씨 주변의 학생들은 정씨가 “평상시에 계속 아버지 자랑을 했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검사는 다 뇌물 받고 하는 직업이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이 후 정씨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온 몸이 떨리는 패닉 현상에 빠졌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 및 우울을 겪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인해 교내 30% 수준이었던 내신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다.

2017년 12월 정신과에서 ‘자살 위험 진단’을 받은 A씨는 학교로 복귀한 후 상태가 악화돼 2018년 2월 집으로 돌아갔고 같은 해 3월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고통을 받는 가운데 A씨가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은 더 커졌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화제작인 ‘더글로리’의 현실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왜 국민들이 '더 글로리'에 열광했겠느냐"며 "상식과 정의를 저버리는 모습을 갚아나가는 부분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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