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고의 스윙을 가진 현존 골퍼는 누굴까. 많은 전문가들이 로리 매킬로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매킬로이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맞나’라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했다. 이 북아일랜드 선수는 175cm로 크지 않은 체구를 가졌지만 최고의 장타자로 꼽힌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평균 비거리 2위(321.3야드), 티샷으로 얻은 이득 타수 3위(0.771타), 그리고 세 번째 페덱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 스윙의 파워 원천은 뭘까. 지난 1월 DP월드 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당시 8번 홀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비밀의 일부를 파헤칠 수 있다. 상체 회전은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엔진인데 백스윙이 채 완성되기 전 단계에서도 매킬로이 셔츠를 보면 몸통 꼬임에 따른 잔주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극도로 팽팽해지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상체가 회전하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견고하게 버티는 하체도 눈여겨볼 만하다.
PGA 투어가 영상을 통해 분석한 내용과 또 다른 사진들을 보면 매킬로이 스윙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 우선 매킬로이는 어드레스 때 손과 몸의 간격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여유 있다. 공간이 넓어야 클럽을 휘두르는 동안 막힘이 없고, 충분한 파워를 생성할 수 있다. 테이크어웨이 단계에서는 헤드를 몸 바깥쪽으로 빼준 뒤 들어올린다. 백스윙의 첫 단계부터 헤드를 몸 안쪽으로 돌리면 클럽을 충분히 빼지 못해 스윙 아크가 작아진다.
파워를 직접 생성하는 다운스윙은 매킬로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다운스윙 중간까지도 오른 팔꿈치는 옆구리에 핀으로 고정한 듯 붙어 있고 무릎의 굽혀진 각도도 그대로다. 그러다 임팩트 구간에 들어가면서 오른 다리를 통해 에너지를 한순간 쏟아낸다. 마치 스쾃 자세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듯 지면을 박찬다. 동시에 양팔도 앞으로 쭉 뻗어준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확보한 충분한 공간이 이런 동작을 원활하게 한다.
매킬로이는 눈 깜짝할 순간에 엄청난 힘과 가속도로 클럽을 휘두르지만 피니시 자세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다. 그만큼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근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우즈가 아들 찰리에게 “내 스윙을 공부하지 말고 매킬로이 스윙을 따라 하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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