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전쟁 폐허에 남긴 벽화가 우크라이나에서 우표로 발행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24일 뱅크시가 수도 키이우 인근 보로디안카에서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 그린 그림을 전쟁 1주년 기념 우표로 발행했다.
벽화에는 한 어린 소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은 한 남성을 유도 대련에서 업어치기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뱅크시는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이 유도 검은 띠의 유단자이자 무술 애호가인 점에 영감을 받아 해당 벽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표 왼쪽 아래편에는 ‘꺼져라 푸틴’이라는 뜻의 욕설이 우크라이나어 약자로 새겨졌다.
‘푸틴 업어치기’ 우표가 공개되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이를 사기 위해 24일 키이우의 중앙 우체국에 몰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뱅크시의 벽화가 러시아 침공에 대한 자국의 격렬한 저항을 은유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벽화가 그려진 보로디안카는 키이우 북서쪽에 있는 도시로, 개전 초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 민간인 수백 명이 숨지고 도시 전체가 초토화됐다. 러시아군은 이곳을 몇 주간 점령했다가 퇴각했다. 이후 손이 뒤로 묶였거나 근거리에서 총격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되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편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세계적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는 자본과 권력, 전쟁과 빈곤 등을 고발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보로디안카에 ‘푸틴 업어치기’ 벽화 외에도 물구나무를 선 체조선수가 부서진 건물 모서리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그림, 두 어린이가 탱크 트랩을 이용해 시소를 타는 그림 등을 벽화로 남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의 판화 50점을 각각 5000파운드(약 800만원)에 팔아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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