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크게 세 번 정도 삶의 길을 정하게 된다. 한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후 가야 할 대학교를 선택할 때고, 다른 하나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다. 마지막은 은퇴 후 인생 두 번째 삶을 살 때가 아닌가 싶다.
라이프점프에서 만난 조진희 씨는 마지막 선택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선택했다. 그 보람의 중심에는 ‘봉사’가 있다. 조 씨는 어느 날 문득 봉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삶의 궤적을 돌아봤을 때, 순간마다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야학교사에서 시작해 고려인 3세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는 등 봉사활동을 지속해 오다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멈춰졌다.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마음에 빚이 생기는 듯 했다”고 말한 조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선배시민멘토단’활동을 통해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선배시민멘토단’에 한 번 더 지원해 자립준비 청년들을 정서적으로 돕고 싶다”는 조 씨를 만나 봉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부탁한다.
“이름은 조진희다. 올해 만58세로, 아직은 50대다(웃음).”
- 현재 인생 2막을 봉사하며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일했다. 결혼해 첫아이를 낳고서도 계속 일하다 육아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어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과외를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자라 육아로부터 자유로워져 2017년부터 ‘나’를 찾기 위한 삶을 사는 중이다. 그러면서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봉사를 계속 하고 있다.”
-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선배시민멘토단’에 지원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배시민멘토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선배시민멘토단은 원래 자립준비 청년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지난해에는 취약계층지원도 같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선배시민멘토단은 어떻게 알고 지원했나.
“2017년부터 ‘나’를 찾기 위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에서 해금,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래서 서부캠퍼스 홈페이지에도 자주 들어가 보는데, 그날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선배시민멘토단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모집내용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아서 지원했는데, 다행히 돼서 잘 활동하고 있다.”
- 선배시민멘토단에 선정되면 활동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나.
“물론이다. 원래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가 공식적인 활동 기간이다. 나는 잘할 수 있는 게 가르치는 거라 학습지원에 지원해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학습지원을 맡았다. 공부 욕심이 있는 아인데, 11월까지만 가르치고 정리할 수가 없어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이 학생이 원할 때까지 도움을 주려 한다.”
- 그럼 올해 선배시민멘토단에는 지원하지 않는 건가.
“아니다. 이 학생을 도우면서 자립준비 청년도 돕고 싶어 올해도 선배시민멘토단에 지원할 예정이다.”
- 자립준비 청년을 돕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굳이 이유를 들자면 두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아이를 키웠으니까, 정서적으로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사실 누군가 지켜봐 주고 지지해준다고 느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 친구들이 자립해 앞으로 나아갈 때 사회가 따뜻하다는 것을 나로인해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자립청소년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알고 싶다. 그런 세대 간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멘토단으로 활동하며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관리가 이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2022년도 선배시민멘토단 활동이 11월에 마무리됐다고 하더라도, 나처럼 계속 이어서 활동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알 수가 없다. 또한,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간의 활동을 공유하거나 마무리 짓는 자리가 전혀 없어 아쉬웠다. 중간점검과 마무리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 봉사활동은 선배시민멘토가 처음인가.
“아니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가만히 삶을 돌이켜보니, 항상 봉사와 함께했더라. 대학교 때는 야학 활동을 했다. 그때부터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소외계층 돕는 일을 해왔다. 아이가 어릴 때는 지적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으며, 고려인3세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봄 활동도 했다. 다니는 종교기관을 통해 공부방을 운영하며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지원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모든 활동을 접게 됐다.”
- 누군가를 돕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건 거기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것 같다. 어떤가.
“봉사하는 이유는 사회로부터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물론 보람을 느껴서이기도 하다(웃음).”
-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
“지금 가르치는 아이는 피드백이 좋다. 오늘 수업이 어떻게 좋았는지, 어느 부분을 제대로 알게 돼 만족스러웠는지 등을 수업이 끝나고 문자로 알려준다.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힘이 나더라(웃음). 다시 봉사할 힘을 얻는 듯하다.”
-선배시민멘토단에 참여하기 위해 혹은 참여하면서 따로 준비한게 있다면.
“멘토단에 지원후 일대일 매칭을 기다리면서 자기 점검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아이를 맡게 되면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는지, 아이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지 등을 정했다. 나는 항상 봉사를 시작하기 전 자기 점검의 시간을 갖는 편인데, 그 시간이 참 좋다. 그렇게 준비해야 봉사할 때 부끄럽지 않다.”
- 많은 시니어가 인생 2막에 봉사하는 삶을 꿈꾼다. 봉사는 어떤 분들이 하면 좋을까.
“봉사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마음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 누구나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인생 2막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선배시민멘토로 활동하기 전 교육을 받기 위해 서부캠퍼스에 멘토들이 모였는데, 놀라운 게 지방에서 온 분도 있더라. 물어보니 봉사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찾다 보니 이곳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돼 여기까지 온 거였다. 봉사에 뜻이 있는 시니어들이 쉽게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봉사와 관련된 사업을 알려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시니어가 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그냥 평범한 게 꿈이다(웃음). 건강하고 예쁜 할머니,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