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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 키운다더니…10년간 평가 안해"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 일침

2014년 달빛병원 도입하고도 방치

총 34곳 중 공휴일·야간진료 5곳뿐

소아 응급진료 체계 등 재정립 시급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이 달빛어린이병원 관련 정책의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전국 34개 달빛어린이병원 중 공휴일 야간진료가 가능한 곳은 5곳에 불과합니다. 이런 판국에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개로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CNA서울아동병원장)은 1일 서울경제와 만나 "야간과 휴일에 해열제 처방전 발행만 가능하면 된다는 발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며 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점은 반갑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져있어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응급실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경증 소아 환자를 치료해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됐다. 환자 입장에서는 응급실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대기시간도 길지 않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전공의 지원율이 15.9%까지 고꾸라질 정도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인력난이 심해진 만큼 달빛어린이병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원장은 35년째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의원·병원급 의료기관 운영의 쓴맛을 봤다. 코로나19 유행 내내 협회장을 맡으며 전국 120개 아동병원들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듣고 있다. 그는 "경상남도 5개 달빛어린이병원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기에 내년까지 10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2014년 제도 도입 이후 사업평가가 단 한차례라도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 4곳 중 삼일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같은 법정공휴일에 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은 전무하다. 평일에도 4곳 중 2곳만 오후 11시까지 진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표준운영시간을 평일 18~24시로 정했지만, 전국 34곳 가운데 오후 11시를 넘겨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일 야간진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12곳에 달한다. 박 회장은 "정부가 그간 달빛어린이병원 정책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사업 목적과 업무 수행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아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사안은 환자 중증도에 따라 종별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나도록 전국 34곳만 운영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참여율을 높이려면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봤다. 야간, 공휴일 및 일요일 가산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나이, 시간별 소아 가산제도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아 응급진료 분류체계부터 바로 잡고 달빛어린이병원도 병원·의원급으로 세분화해 운영해야 한다"며 "소아 진료시스템이 붕괴되기 전에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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