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개월의 수사 끝에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 주민 역시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이들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가 강제로 북송했고, 그 과정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정 전 실장 등의 위법성을 가린 수사의 근거는 탈북 주민이 ‘외국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의 대전제였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를 들어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단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미치는 범위가 한반도 전체로 규정된 만큼 남북한 주민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외국인은 특정 요건이 필요하지만 북한 이탈 주민에게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북한 어민 강제 북송은 자국민을 상대로 강제퇴거 조치 한 것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는 범죄혐의가 있는 ‘외국인’에게만 해당한다.
또 검찰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대한 추방이나 강제 북송을 허용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비정치적 범죄자를 정착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비보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국 탈북 어민들이 중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우리 국민인 만큼 북송하지 말고 국내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했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정 전 실장 등은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검찰은 명확한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제3조가 ‘이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귀순 의사’와 ‘귀순 목적’을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북 어민들이 북한에서 처벌을 피할 의도로 귀순 의사를 밝혔어도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만큼 자국민으로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는 논리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시기와 어민 북송 시기가 겹친다는 측면에서 강제 북송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어민 강제 송환을 알리는 통지와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요청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서가 같은 날 북측에 전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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