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 부부가 영국 왕실의 통보에 따라 윈저성 옆에 있는 거처인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비우게 됐다. 해리 왕자가 올해 초 출간한 자서전 ‘스페어(Spare)’에서 영국 왕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사생활을 폭로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 부부의 대변인이 1일(현지 시간) “서식스 공작 부부(해리 왕자 부부)가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비우도록 요청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더선은 앞서 찰스 3세가 이 저택에서 해리 왕자 부부를 퇴거시킨 후 자신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에게 이 저택에 들어가 살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리 왕자 부부는 2020년 영국 왕실을 떠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영국을 일시 방문할 때마다 프로그모어 코티지에서 머물러왔다.
영국 언론들은 찰스 3세가 해리 왕자의 자서전 발간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리 왕자의 퇴거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는 자신과 부인이 왕실 가족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영국 왕실의 온갖 사생활을 폭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 언론들은 이러한 폭로가 찰스 3세의 이번 결정과 관련됐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책에서 형인 윌리엄 왕세자가 자신을 폭행했으며 찰스 3세가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간 불화로 인해 “나의 말년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고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책의 발간을 맞아 진행했던 여러 인터뷰에서도 영국 왕실에 대해 여러 좋지 않은 발언을 했다.
가디언은 “영국 왕실의 이번 요청에 따라 해리 왕자와 영국 왕실 간 유대는 더욱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 왕자 부부가 5월 열릴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그모어 코티지는 런던 서부 버크셔에 있는 윈저성 부지 내에 위치하며 왕실 재산 운용 조직인 ‘크라운에스테이트’의 소유다. 해리 왕자 부부는 2018~2019년 침실 10개짜리인 이 저택을 240만 파운드(약 38억 원) 상당을 들여 개조했다. 개조 당시 비용을 세금으로 조성된 왕실 교부금으로 채웠다가 해리 왕자가 나중에 상환했다.
한편 이 저택에서 살라고 제안을 받은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왕실 공식 직함을 박탈당하고 왕실 관련 활동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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