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연설을 직접 듣고 마음을 정하기 위해 왔어요. 우선 당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죠.”
2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위한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30대 김모 씨는 아직 어떤 후보를 찍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세가 강한 수도권인 만큼 이날 마지막 합동연설회는 특정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없이 각축전 양상을 보였다. 투표까지 불과 이틀 남았지만, “누굴 뽑을지 지금은 모르겠다”는 대답이 적지 않았다.
지난 정부 때까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다는 김모(60대) 씨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것보다 나라를 살려야한다는 마음에서 왔다”며 “차기 당대표는 정치, 교육, 사회를 건전하게 하고 법질서를 바로 세워서 나라를 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60대 A씨는 “같은 집안 사람이니 누가 당대표가 돼도 좋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를 적극 지지해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대변하고 헤아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한 지역의 당협위원회 소속이라는 B(30대) 씨는 “어느 후보가 됐던 나라를 굳건히 세울 수 있는 인물이 당대표가 돼 나라를 결속시켜주길 바란다”면서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김 후보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전당대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과열된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각 후보들을 바라보는 당원들의 시선도 매서웠다. 황교안 후보를 응원하러 왔다는 홍영근(85) 씨는 “김 후보는 땅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며 “양후보 간 연대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온 양태환(75) 씨는 “안철수 후보는 다른 당에 갔다가 돌아온 분이고, 황 후보는 (자유한국당) 당대표 시절 공천을 잘못해서 당을 박살 내놨다”며 “(천하람 후보는) 아직 때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후보별 비방전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A 씨는 “전대가 건설적이고 대승적인 모습으로 가야하는데, 후보들이 과도한 네거티브를 자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민들에게 지탄받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B 씨는 “당원의 입장에서 상호 비방전이 보기 좋지 않다”면서도 “네거티브 안하는 선거도 없지 않나. 지금 이렇게 공방전을 치러도 향후 당대표가 결정되면 다시 화합할 것”이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수도권은 선거인단 비중이 제일 높은 지역(37.79%)이나 이날 합동연설회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구·경북(21.03%) 때와 비교해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전체 좌석(7000석)의 절반 정도만이 채워진 가운데 환호나 야유 소리 모두 크지 않았다.
당대표 후보자들은 3일 4차 방송토론을 가진 뒤, 4~5일 이틀간 모바일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선택을 받는다. 6~7일 이틀간 모바일 투표 미참여자를 대상으로 ARS 투표를 실시하고 누적된 투표 결과는 오는 8일 일산 킨텍스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전당대회 당일 당대표 후보자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해 12일 최종 당선인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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