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돼 ‘후각 저하’ 후유증이 나타난 사람은 브레인 포그(멍함)나 기억력 저하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영희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찾은 환자 440명의 신경학적 증상을 분석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근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3~4월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 내원한 환자 1164명 중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 440명(여성 292명·남성 14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발생한 신경학적 증상은 브레인 포그(38.6%·170명)로 나타났다.
이어 브레인 포그군 170명을 무증상군 270명과 비교했더니 브레인 포그군의 후각·미각 저하 증상이 2.54배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교수는 “후각 저하가 브레인 포그나 기억력 저하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후각 경로가 (기억·학습 등을 담당하는 기관인) 뇌 변연계나 해마와 연결돼 있는 점과 관련 있을 수 있다”며 “이외에도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반응이 활성화 되면서 신경염증을 유발해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레인 포그를 제외한 주요 신경학적 증상은 두통(31.1%)과 어지러움(29.1%), 기억력 저하(23.6%) 순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 장애는 피로와 수면 장애 증상과 함께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명지병원 연구진은 코로나 후유증을 오래 앓는 환자에게 고압 산소 치료를 적용한 결과 우울감, 인지 기능 저하, 피로감 등 신경 심리 검사 지표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윤정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경정신과적 롱 코비드(장기 후유증) 증상들은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에 상관없이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롱 코비드 환자 관리를 위한 백신과 치료제는 물론 장내 미생물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4명 중 1명은 4주 이상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롱 코비드를 경험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코로나19 후유증 경험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 사례는 확진자의 24.7%(1833명 중 452명)에 달했다. 롱 코비드 위험은 여성, 고령자, 비만인 경우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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