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이는 역사가 사실의 단순한 수집과 나열이라는 그 이전까지의 실증주의 역사관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역사가는 사실의 취사선택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현재를 만드는 데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간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저자인 에드워드 카의 증손녀 헬렌 카는 증조부의 역사관을 현재에 투영한다. 현재의 역사학은 백인·남성·이성애자·서구권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가족사·종교사·환경사·감정사 등 미시사의 영역에까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역사 서술의 흐름은 사실에 대한 왜곡과 선동의 위험이 있다며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관점을 과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문가 20여명과 함께 현재 역사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질문들을 탐구하며 역사 다시 쓰기의 중요성을 논증해 나간다. 전문가인 샬럿 리디아 라일리는 “역사 다시 쓰기는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중요한 척도”라고 이야기한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됐던 과거의 역사 서술을 재검토하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학계를 넘어 문학·영화·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현실도 주목한다. 역사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분석하며 왜곡을 걸러낼 수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역사의 콘텐츠화 가능성도 모색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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