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한식당을 운영 중인 박 씨(38). 새벽부터 재료 손질을 시작해 점심 손님을 받고 한바탕 설거지를 끝낸 후 저녁장사까지 치르느라 어깨가 쉴 틈이 없다. 그 중에서도 박 씨가 가장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바로 재료 손질이다. 새벽 6시부터 생선과 야채를 하나씩 썰고 다듬고 나면 어깨가 욱신거리기 일쑤였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지는 듯 했지만 최근 들어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에 이르렀다. 영업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치료를 미뤄왔지만 무를 썰던 중 어깨에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 뒤로 증상이 빠르게 악화돼 결국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초기 견관절염(어깨 관절염). 박씨는 증상을 더 방치할 경우 어깨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로 결정한다.
박 씨와 같이 칼질이 일상적인 요식업자들에게 어깨 통증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치솟는 인건비로 인한 인력난까지 겹치며 일손이 부족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절단 및 손질을 한 ‘전처리 식자재’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리 준비된 식재료를 조리만 하는 이른바 ‘칼질 없는 식당’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요식 업체의 전처리 식자재 구매율이 2019년 전체 식재료의 25.6%에서 2021년 42.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되지 않은 육류 및 수산류의 구매율은 74.4%에서 57.7%로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어깨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의료진으로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절단되지 않은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고 반복적으로 칼질을 하는 과정 모두 어깨 관절에 과도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때 어깨관절 주변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이 마모되기 쉬우며 손상된 부분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찌릿한 통증도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진전되면 맷돌이 갈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되기도 한다. 이 경우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어깨에 통증과 불편감이 지속된다면 서둘러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부위로 관절 구조가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수술 후 회복이 어려워 비수술 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한방통합치료의 경우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의 치료법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은 통증의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어 견료혈, 견정혈 등 어깨 주변 주요 혈자리에 침치료를 실시하면 뻣뻣하게 경직된 어깨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환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증상의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견관절염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논문도 나와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e)’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견관절염 환자 186명의 어깨통증장애지수(SPADI)가 입원 시 55에서 퇴원 후 18.95까지 호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SPADI는 어깨 통증 및 장애 정도를 0~100에 해당하는 객관적 수치로 표현한 척도다. 값이 클수록 증상이 심함을 의미한다. 입원 시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큰 폭의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치료와 함께 어깨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실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영업 준비 전이나 일과 중 실천하기 좋은 동작으로 ‘능형근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먼저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린 채 바르게 선 뒤 양팔을 좌우로 뻗는다. 이어 어깨를 축으로 15초간 양팔을 천천히 돌리며 20~30회 가량 원을 그린다. 이 때 정면을 바라보고 팔꿈치는 쭉 펴도록 한다. 반대 방향으로도 동일하게 실시하면 어깨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며 뭉쳐있던 조직이 풀리고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손님 응대까지 정신 없이 바쁜 일과 탓에 건강관리에 소홀한 요식업자들이 많다. 하지만 건강이 뒷받침돼야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꾸준한 스트레칭과 함께 건강 관리에 힘써 어깨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자. / 왕오호 목동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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