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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그림 그렸다고…12살 딸은 보육원·아빠는 철창

50대 모스칼료프 ‘군 모욕 명예훼손’으로 벌금·징역형

홀로 남은 12세 딸은 보욕원으로 보내며 ‘본보기’ 삼아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조국 수호의 날'을 맞아 어린이와 청년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반전(反戰) 그림을 그린 12세 소녀의 아버지가 군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편부 가정에서 함께 살던 딸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비극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40㎞ 떨어진 툴라 지역의 예프레모프에서 일어났다. 러시아 당국은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3)를 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했고 딸 마샤(12)는 보육원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4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마샤가 미술 수업 중 그린 그림에서 시작됐다. 교사는 당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라고 시켰다. 하지만 마샤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국기 앞에 선 채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림에는 ‘전쟁 반대’라는 문구까지 썼다.

교사가 이를 학교장에 알리고 다시 당국에 보고되면서 연방보안국(FSB)이 조사에 들어가며 파문이 확산됐다. 마샤의 아버지 모스칼료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 병사들을 ‘침공 가해자’로 표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FSB는 이 같은 사실에 주목했다.

당국은 모스칼료프에게 425 달러(약 56만 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게다가 군에 대한 모욕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개정된 러시아 형법에 따르면 군에 대한 모욕과 이로 인한 명예 훼손의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심지어 당국은 모스칼료프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자산을 압류하기까지 했다.

마샤는 이날 아버지가 체포된 뒤 예프레모프의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모스칼료프는 아내 없이 마샤를 혼자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조국 수호의 날'을 맞아 어린이들이 위문 편지를 쓰고 있다. AP 연합뉴스


모스칼료프의 변호사는 “딸이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WP에 반박했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도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10대들을 군사 문화에 길들이고 전쟁에 반대하는 아이들과 가족을 일상적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에 반대하는 어린이들을 탄압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의 10세 소녀는 ‘성 재블린’ 이미지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썼다가 어머니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체포됐다. ‘성 재블린’은 성모 마리아가 미군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이다.

지난해 3월에는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물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544명이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지난해 3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칭하며 정부 발표와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최소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시켰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에서 반전 스티커를 붙인 여가수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구치소 안에서 학대당하고 있다는 폭로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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