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사업자단체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사실상 사업자단체로 봐야 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업자단체로 본 공정거래위원회에 판단을 근거로 건설노조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분과와 임금교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건설노조는 정당한 노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월례비에 이어 노조 정당성을 두고도 충돌하는 모양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협동조합(조합)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건설노조가 노동조합법상 지위를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시정 행정권고를 요청했다. 조합은 타워크레인 회사 110곳으로 구성된 단체다. 조합·건설노조는 각각 사용자와 근로자로서 임금, 단체협상 등 근로조건 제반 사항을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해왔다. 하지만 조합은 건설노조가 사업자단체 성격을 띠는 만큼 더 이상 교섭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앞서 공정위가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과징금 등 제재를 내린 만큼 건설노조가 노조가 아닌 사업자단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하라’고 건설사를 압박했다며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모인 노조를 사업자 단체로 보고, 제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 필증을 받아 현재와 같은 교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 비준으로 노조 단결권이 넓어진데다, 그동안 특고가 포함된 노조의 지위를 인정하는 판례도 잇따른 만큼 정부·사업자 단체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건설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로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는 택배기사가 결성한 택배노조도 법적 노조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조합의 권익위 시정명령 요구가 월례비에 이어 노사간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면허를 정지하는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근절 대책에 건설노조가 ‘관행을 인정치 않은 처벌 일변도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있을 권익위 판단이 특고 노조의 정당성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고는 산재보험 등 개별 사회안전망을 통한 보호 범위가 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특고 노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 판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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