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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브리지론 차환 보릿고개…현대·GS·롯데·포스코건설도 KB서 5000억 조달

5000억 규모 CBO 발행해 브리지론 대출 지원

사업비 3조 달하는 가양동 CJ부지도 지원 대상

분양시장 꺾이고 사업비·금융비 천정부지 치솟자

브리지론 지원해 PF사업 착공하도록 유동성 공급





현대·GS·롯데·포스코건설 등 1군 건설사들이 KB금융그룹으로부터 5000억 원 규모 브리지론 대출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부터 부동산 분양 경기가 악화된데다 금융시장 한파가 몰아치면서 삽조차 뜨지 못하는 개발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지원은 가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만 3조 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부지 개발 사업도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은 오는 15일 5000억 원 규모 CBO(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초자산은 이들 건설사가 지급보증한 서울 및 수도권 개발 현장들의 브리지론으로, 대출을 유동화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채권을 한데 묶어 유동화회사를 통해 1년 만기 채권으로 재발행하는 구조다.

최선순위 약 500억 원은 산업은행이 매입한다. 나머지 채권은 선순위와 중순위, 후순위로 트렌치를 나눠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증권 등 KB금융계열사가 전액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대출 협약을 통해 건설사들은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 우량 부지에서 계속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여력을, KB금융그룹은 우수한 신규 투자처 발굴 등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투자 대상은 이들 건설사가 지급보증한 서울 및 수도권 개발현장 4~5곳이다. 삼성동 코엑스의 1.7배 규모인 '스타필드 빌리지'가 들어서는 강서구 가양동 CJ부지와 광교 인근의 용인 신봉지구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담보대출비율(LTV)별로 금리가 다르지만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는 KB증권의 경우 약 10~11%의 이자를 후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서울 내 입지가 우수한 사업장도 돈을 구하지 못하고 공매로 내몰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PF로 전환되고 착공에 들어가면 분양률이 75%만 되도 공사비 회수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은 주로 분양대금을 받아 공사비와 사업비를 회수하는데 지난해 이후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빠르게 메마르기 시작했다. 특히 공사 착공을 위해 조달하는 PF 대출에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 경우도 많아 시행사 대신 건설사가 차입금을 대위변제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사원가와 금융비용 등이 오르며 사업성이 악화되자 본PF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져 결국 보증을 선 시공사가 브리지론을 대신 되갚는 것이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440억 원을 물어주고 울산 동구 사업장의 시공권을 포기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공사가 시작되고 더 손실이 커지기 전에 손절매한 것이다. 지급보증 사업장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과중한 롯데건설(약 6조4000억 원)과 태영건설(3조2000억 원)은 이보다 앞서 각각 메리츠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PF대출을 지원하는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공 능력 10위 이내 건설사의 합산 PF보증 규모는 2018년 말 11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약 20조 원으로 확대됐다. 이 중 분양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미착공사업장에 대한 보증은 63%인 약 13조 원에 달한다. 아직 분양을 진행하지 않은 만큼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시한폭탄' 사업장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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