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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업마저 외면…런던거래소의 '굴욕'

ARM·CRH·셸 등 잇단 뉴욕상장

10년간 시총 격차 6배→13배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CEO가 2016년 영국의 암(ARM) 인수 당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ARM이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 단독 상장을 결정하면서 영국의 자본시장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칩 설계사인 암(ARM)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때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의 쇠락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3일 “영국 당국과 수개월에 걸친 협의 결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RM은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런던 증시 상장을 폐지했다. 이후 ARM의 미국 엔비디아 매각이 무산되자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리시 수낵 현 총리 등이 런던 증시 재상장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이번 결정으로 물거품이 됐다.



영국의 고민은 ARM뿐 아니라 최근 주요 기업이 런던 증시를 외면하는 추세라는 데 있다. 아일랜드 건설 업체 CRH는 지난 주 런던에서 뉴욕 증시로의 이전 상장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스포츠 베팅 업체인 플러터 역시 지난달 뉴욕 증시 추가 상장을 예고했다. 정유 업체 셸도 뉴욕 이전 상장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컨설팅 업체 WFE의 매니저인 루 패스티나는 “자본이 있는 곳으로 기업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와 비교 업체가 풍부해 더 나은 가치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증시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상장사 시가총액은 40조 3000억 달러로 3조 1000억 달러 규모인 런던 증시의 13배다. 10년 전 두 증시의 격차는 6배 수준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 투자자들은 시대와 함께 진화하지 않았다”며 “런던은 과거 광업의 중심지였지만 기술 발전의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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