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를 전후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신경전이 올해도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연거푸 대만 관련 발언을 하는 동안 중국군은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무력시위를 벌였으며 대만 정부는 이에 강력 반발했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5일 대만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3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24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중국군의 젠-16 전투기 2대, 윈-8 대잠초계기 1대, 드론 차이훙-4 1대 등 총 1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의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진입했다. 이 가운데 윈-8 대잠초계기는 서남부 ADIZ에 진입해 대만의 동남 공역까지 진입한 후 되돌아갔다. 4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에도 대만 주변에서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의 움직임이 탐지됐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와 함정,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1955년 미국 공군 장성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양안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1차 전체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만 독립 반대·통일 촉진의 기조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양안관계의 평화로운 발전과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과 관련해서도 대만을 겨냥한 듯 군대의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개막한 정협 회의에서도 왕양 정협 주석이 업무보고를 통해 투쟁 정신을 발양하고 국가 주권을 굳건히 수호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왕쿤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 회장은 홍콩 명보에 “투쟁 정신은 주로 대만을 겨냥한 것”이라며 “대만을 상대해야 하는 관련 중국 본토인들에게 긴장할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 “중국은 대만인들이 중화민국의 주권·민주주의·자유를 고수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대륙위원회는 또한 “중국은 건전한 교류를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해 양안 문제를 합리적이며 동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실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