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종착지를 향하는 가운데 당 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김기현 후보는 1차 투표에서의 과반 득표를 노리며 ‘선두 굳히기’에 돌입한 반면 뒤쫓고 있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는 과반 득표를 저지하며 결선투표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투표만으로 역대 최고치 투표율인 47.51%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서로 “내가 유리하다”는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권 주자 ‘양강’인 안 후보 측은 5일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관련해 연루 의혹을 받는 행정관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대통령실 차원에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캠프가 자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국민 모두를 위한 공무원들인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김 후보 홍보와 저에 대한 비방의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이뤄졌다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엄정한 수사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건 정말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앞서 19대 대선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됐다가 고배를 마셨던 전적이 있다. 대통령실과의 대립이라는 부담 속에서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여론 조작 희생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타 후보와의 막판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선투표가 있을 때는 연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는 결선투표로 가면 지지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연대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저는 혁신적인 면에서 천하람과, 도덕적인 면에서는 황교안과 시너지가 있다”면서 “양쪽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마지막에는 저를 지지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김 후보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는 이날도 어김없이 쏟아졌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과 몇몇 사람이 당과 당원을 존중하지 않고 수직적 관계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천 후보는 경남 창원 마산 부림시장에서 “권력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윤핵관들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재차 거론하면서 “김 후보가 여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고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틀 만에 50%에 육박하는 역대급 투표율에 대해서는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 후보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합작이라도 한 것처럼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거나 네거티브로 일관한 데 대한 당원들의 당심이 폭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겨냥해 “투표율이 낮을 때는 동원 투표가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동원 투표의 위력은 약화되고 일반 당심, 당을 사랑하고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반영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후보는 “윤핵관들의 폭주와 폭정에 지쳐 있던 당원들이 이제는 천하람 태풍을 일으켜 윤핵관들을 몰아내고 우리 국민의힘을 정상화해야겠다는 외침을 보내주고 계신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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