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기 우울증(perinatal depression)의 핵심 원인이 ‘외로움’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의대 정신의학 전문의 캐서린 애들링턴 박사 연구팀이 세계 4개 대륙에서 발표된 27편의 관련 연구 논문에서 여성 537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미국 과학진흥 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보도했다.
주산기 우울증은 임신 중 우울증과 산후우울증을 통칭하는 말로, 반복적인 슬픔과 무감각 속에 기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와 증상을 말한다. 주산기 우울증은 임신 중 6명 중 1명꼴, 출산 후 첫 3개월 사이에는 5명 중 1명꼴로 흔히 나타난다.
연구팀은 “임신과 출산은 엄청난 격변기이며, 직장 동료 등 기존에 연결돼 있던 사람들과의 접촉을 잃는 시기일 수 있다”며 “외로움이 임신 중 산모의 정신 건강에 있어 주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외로움과 우울증은 서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우울증이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산기 우울증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주산기의 외로움은 ‘나쁜 엄마’가 될 지 모른다는 사회적 오명(stigma)에 대한 두려움, 자가 격리(self-isolation), 정서적 단절(emotional disconnection),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밖에 배우자, 가족, 지역사회의 도움이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빈곤한 지역사회의 경우 엄마로서의 낙인이 가중되고 사회적 지원이 불충분한 상황에 놓이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주산기 우울증은 새로 부모가 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태어난 아이의 인지,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산기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려면 동료, 가족, 사회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온라인 과학 전문지 ‘바이오메드 센트럴-정신의학(BMC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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