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른바 ‘로톡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 단체의 징계가 적절한지 여부를 당장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이를 다시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해당 판단을 최장 3개월 뒤로 늦춘 것이다. 기존 관례에 따랐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플랫폼과 전문직 단체의 충돌 사태를 정부가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 및 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 변호사’ 9명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한 판단을 더 미루기로 했다. 최장 3개월 관련 결정을 늦추겠다고 방침을 지난 2월 말께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로톡’에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 9명은 지난해 10월 변협에서 과태료 등 징계를 받고 12월 법무부에 이의신청했다. 이에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 법무부로서는 늦어도 3월 8일까지 관련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시기를 미룬 것이다.
이에 늦게는 6월에 들어서야 법무부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간 대체로 한 차례 연장을 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려왔다”며 “이번 역시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건이 연장 결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과 함께 헌법재판소에서도 관련 판단이 나온 만큼 더 미루는 것은 시간 끌기 아니냐는 의문이다. 특히 정부 기관 대부분이 로톡의 손을 들어줬던 까닭에 이번 법무부 조치는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부도 기존 권력 단체의 눈치만 살피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로톡은 합법이라는 의견과 함께 변협의 징계가 시작될 경우 감독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줄곧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특정한 입장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는 식의 답을 되풀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 등 많은 정부 기관의 판단이 나온 상태에서 살펴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로톡 측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와 누적된 갈등으로 로톡은 존폐 기로에 내몰린 상태다, ‘소송 리스크’의 꼬리표가 붙으며 가입 변호사는 급감했고 약 100억 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봤다. 이달 말 직원의 절반을 내보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로톡 입장에서는 빠른 정부 조치가 필요했지만 그 시기가 밀리자 불안해 하는 것이다. 현행법이 판단 연기 횟수를 한 차례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도 나와 그 불안감은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단체에서 로톡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소 고발이 전부 무혐의 났다”며 “변호사 업계가 자본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당위에 사로잡혀서 오히려 법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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