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이번주 금요일(10일) 파트2로 돌아온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극중 박연진 딸 예솔의 생부로 드러난 전재준이 '적록색약'을 앓고 있다는 설정과 관련, '색각이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스스로 색각이상 증상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색각이상이 있다면 진로선택에 제한을 줄 수 있다. 미리 검사를 통해 색각이상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진로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센터 전문의의 도움말로 살펴보자.
◇ 색 구분 전혀 못하면 ‘완전색맹’…정도가 약하면 ‘색약’
색각이상(color blindness)이란 망막 원뿔세포의 선천적 기능이상 또는 후천적인 망막 원뿔세포의 손상이나 시각 경로의 이상으로 색깔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색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색과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앓고 있다고 설정된 적록색약은 흔히 빨간색과 초록색이 아닌 노란색과 황색으로 색깔을 인식한다.
색각이상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선천성과 만성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후천성으로 나뉜다. 색 구분이 전혀 되지 않고 명암만 구분할 수 있는 경우를 완전색맹, 적색·녹색·청색 중 한 가지 색의 파장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통 색약이라고 한다. 색각이상은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 선천성 색각이상, 증상 심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워
색각이상은 특별한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내원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선천적으로 아주 심한 색각이상이 있다면 시력이 매우 낮고 눈떨림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선천성 색각이상자는 본인의 색인지 정도를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므로 본인이 색각이상인지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색각이상의 심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생활에서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특정 직업군에서는 색각이상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항공기 조종사, 소방관, 경찰관, 열차기관사 등 색인지 역량이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직업군에서는 색각이상자의 취업을 제한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직업을 꿈꾸고 있다면 중학생 시기 즈음 혹시 모를 색각이상 검사를 받아보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만 8세부터 색각이상 검사 가능…미리 인지하면 진로선택·위험대비에도 유용
색각이상을 검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이시하라 검사와 FM 100 색상검사가 대표적이다. 이시하라 검사는 다양한 동일 색채의 원형점 배경에 비슷한 형태의 점으로 표시된 숫자와 선으로 된 시표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숫자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동그라미, 세모, 가위를 구분하는 H-R-R 색각검사로 대신하기도 한다. FM 100 색상검사는 서로 다른 색패들을 무작위로 섞은 다음, 이를 색 순서대로 배열하도록 함으로써 인접한 색과 구분할 수 있는지 측정하게 된다.
색각이상 검사는 대략 만 8세 정도부터 받을 수 있다. 보통 10~20분 정도 소요된다. 선천적 색각이상은 유전적 원인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본인의 색각이상을 빨리 깨달을 수록 신호등이나 표지판 등 색인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위험을 줄이는 등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색 구분을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고 알려져 있는 특수렌즈와 안경은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따라서 색인지를 호전시킨다고 보기 어려우며, 색각이상을 치료해 줄 수도 없다.
김대희 전문의는 “색약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실제로 본인이 색각이상인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색각이상 진단을 받고 진로선택에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색각이상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나 예방법은 없지만 검사를 통해 색각이상 여부를 확인하면 색인지가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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