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다음 주 6개월을 맞는 가운데 경찰이 스토킹 피해자의 위험도를 점수로 계량화한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이달 중 시범 운영한다. 스토킹 범죄 위험성을 판단할 객관적 근거가 마련되는 만큼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전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8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은 경찰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스토킹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연구를 완료했다.
기존 체크리스트는 수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 효과적인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신당역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앞서 351회에 걸쳐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을 지속했지만 당시 경찰의 위험성 체크리스트에서는 ‘위험성 없음 또는 낮음’ 결과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경찰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은 경찰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계량화된 스토킹 범죄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는 안전조치 위험성 판단(파트 A) 16개 항목과 스토킹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파트 B) 14개 등 총 3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체크리스트 항목 중 해당 사항이 있는 경우 문항당 1점씩 점수가 부과되며 합산 수치별로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 점수가 높을수록 범죄 위험성이 크다. 파트 A의 경우 합산 점수가 0~2점일 경우 레벨 1에 해당하고 3~4점은 레벨2, 5~7점은 레벨 3, 8점 이상은 레벨 4로 분류된다. 파트 B의 레벨 1은 0점이고 레벨 2, 3, 4는 각각 1~2점, 3~4점, 5점 이상이다. 각 항목에 대해 ‘알 수 없음’의 수가 5개를 넘을 경우 위험성 등급 판단은 지양된다. 경찰은 파트 A와 B를 교차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없음’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등 5단계로 위험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파트 A가 레벨 1이고 파트 B가 레벨 1일 경우 위험도는 ‘낮음’으로 분류된다. 반면 파트 A의 레벨이 4이고 파트 B의 레별 역시 4일 경우 위험도는 ‘매우 높음’으로 평가받는다.
경찰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만든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이달 중 서울청을 포함한 일부 광역시도청에서 1~2개월 정도 시범 사업을 진행한 후 수정·보완을 거쳐 최종 체크리스트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올해부터 체크리스트 평가 결과 위험성 등급이 매우 높을 경우 민간 경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산학협력단은 민간 경호 피해자를 선정할 때 담당 경찰관이 1차적으로 고위험 피해자를 판단하고 개별 경찰서의 심사위원회 및 시도청의 승인을 거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량화된 위험성 체크리스트는 피해자가 처한 위험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는 만큼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 법적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 관계자는 “새롭게 적용될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는 시범 운영 후 추가적인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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