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물꼬를 트면서 관광 업계에서도 한일 간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포스트 코로나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는 등 공동의 관광 마케팅을 추진하고 연계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적은 만큼 한국이 K컬처, 지역 축제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8일 법무부 및 관광 업계에 따르면 1월 기준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7만 7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7만 6313명으로 방한한 일본인에 비해 7배 이상 많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자유여행을 허가한 후 보복심리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입국자는 3만여 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109만 3260명으로 회복됐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1만 8025명에서 30만 946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회복하는 속도에 비해 느리긴 하나 일본의 한국 관광 역시 되살아나는 분위기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관광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 반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2019년 하반기에 쏟아졌던 ‘노재팬 운동’에 대한 기억이 일본 사회에 여전히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 탓에 당시 노재팬 운동이 관광 업계에 대한 타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에서 일본 규탄 집회가 잇따라 개최되는 상황에서 안전에 민감한 일본인들에게 한국 관광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에 앞장선 만큼 관광 차원에서도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13일부터 일본도 실내마스크의 의무 착용을 해제함에 따라 관광 수요 역시 회복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한국에 와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에 끊어진 여행 사슬을 복원하고 관광 시장을 키우기 위해 양국이 여행박람회 개최 및 홍보 마케팅 등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양국의 지방 간 항공 노선을 복원하고 공동의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작업 등을 양국의 관광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손꼽았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관광 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안전·무장애 여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만들거나 지방자치단체·연구기관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입국자보다 출국자가 더 많은 만큼 한국 정부가 일본인 관광을 끌어올릴 콘텐츠 개발이 급선무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보다 공항·항공편·골프장·스키장 등이 많아 일본인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굳이 여행 올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며 “K팝·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와 화천 산천어 축제, 보령 머드축제 등 지역 축제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는 만큼 이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40%는 20대 이하로 가족 여행객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족여행을 위한 콘텐츠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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