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과반 득표로 압승을 거두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안정적인 당 운영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초반부터 김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면서 ‘어대현(어차피 당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말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8개월 만에 당 지도부가 정상화됐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55.1%를 기록했다. 김 대표의 승리에는 친윤계 중심의 당내 ‘조직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과 공천이 달린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지가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광역의원들은 통상적으로 자기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지지하는 후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며 “이번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러한 조직표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반대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주요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 당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바람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내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안철수 후보,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워온 천하람 후보, 당내 경선에 ‘진흙탕 싸움’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 황교안 후보로는 거대 야당에 맞서 당의 단일대오를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색깔이 분명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온화한 스타일로 평가받는 김 대표가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임자라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대표는 소통 측면에서 열린 분이고 다선임에도 격의 없이 귀기울여주는 중진으로 평가받는다”며 “현재 당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4선 의원인 김 대표는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임에도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당내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 안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가 한계로 지적됐다. 결선투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인 50% 득표율은 넘겼지만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00% 당원 참여 선거에서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전폭 지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선 기간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대선 후보 출신인 안 후보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에 이어 당 대표를 지낸 황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후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이 지지를 선언하고 김 대표는 통합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경쟁 후보들의 거센 네거티브 의혹 공세를 방어했다.
경선을 승리로 끝낸 김 대표에게 남은 주요 과제로는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의 징계 이후 직무대행 체제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온 당 지도부 운영의 정상화가 꼽힌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윤계와의 ‘원팀’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경쟁자였던 세 후보들부터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김 대표를 둘러싼 ‘울산 땅 의혹’ 및 ‘대통령실 행정관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을 제기해왔는데, 전당대회 이후에도 의혹 제기를 이어간다면 ‘내홍’이 다가올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제가 약속드린 대로 ‘연대·포용·탕평’의 연포탕으로 나아가겠다”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들도 ‘김기현호(號)’의 최우선 과제로 ‘당정 융합’을 제시했다. 전라도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 대표는 본인이 말한 대로 연포탕을 잘 끓이고 윤석열 정부를 생각해 식구들끼리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을 민생과 국민 여론을 앞세워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와 만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개혁과 민생 살리기 방향이 옳다고 인식되면 여론이 돼서 우리를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 힘을 바탕으로 대야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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