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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자유시장경제와 포퓰리즘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이자율이 갑자기 높아지니 정치권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서민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이자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연체이자를 부과할 수 있는 원금이나 기간을 제한하는 정책, 은행에 이자를 낮추라고 요구하거나 은행이 갑자기 큰 이익을 얻으면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세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민생 대책이고 어디서부터 포퓰리즘일까.

수요와 공급에 기반한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정당한 법률에 의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약속이다. 정권에 따라 정부의 개입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번 정부는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자유’를 무려 35번이나 언급하며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가는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은행의 금리와 통신비도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고 소주를 비롯한 식품 가격까지 이래라저래라 한다. 주식회사인 금융사나 버젓이 민영화된 기업을 ‘주인 없는 기업’이라며 경영은 물론이고 인사에도 개입한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후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6조 원 가까이 녹아버렸다. 경제부총리의 소주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발언 이후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5.31%, 제주맥주는 5.44% 떨어졌다.

대통령이나 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기업의 영업 행위를 위태롭게 하는데 어떤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을까. 이는 주주 자본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 나아가 주식시장 전체가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정부는 온데간데없고 권위주의 정권의 ‘관치금융’과 공정거래위원회를 물가 잡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이명박 정부가 부활한 것 같다.

2월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방치보다 관치가 낫다”며 정부를 옹호하기 바빴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기업과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 있다. 기업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공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해당 기업의 영업 행위나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퓰리즘은 사회의 기본 약속, 가치나 이념을 벗어나면서 국민들에게 환심을 사고자 내놓는 달콤한 사탕같은 정책을 말한다. ‘방치보다 관치’라는 빠른 태세전환은 원칙 없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우리는 2023년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에서 살고 있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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