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7일 경북 구미전자공업고 학생들과 만나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혁신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을 항상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에서 우리 선수단과 만나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고 역설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 회장이 지난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틈이 날 때마다 ‘기술’과 ‘인재’를 언급해온 것은 이런 절박함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암담하다.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도체 업계의 부족 인력은 향후 10년간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는 2028년까지 4만 명의 기술 인력이 모자란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00여 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00여 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전자산업협회의 추산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대학들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총정원 제한’으로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제때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2020년에야 70명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 UC버클리에서는 컴퓨터 전공자가 한 해에 1590명이나 쏟아진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정보기술(IT) 인력을 키우기 위해 도쿄 중심부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8년부터 지방대 활성화를 위해 와세다 등 도쿄 23구 소재 대학들이 10년 동안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심화하는 디지털 인재 부족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해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첨단산업을 주도할 고급 인재를 키우려면 수도권 대학 규제를 푸는 등 규제 혁파를 서두르고 예산·세제 등으로 전방위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들도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기술 경쟁을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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