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26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아 성사된 이번 방미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대응책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경제·안보 현안이 논의된다.
이번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안보·경제 복합 위기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에 돌입한 중국은 팽창주의와 대미 강경 노선을 노골화하고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과 신냉전·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포괄적인 협력으로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을 더 강력한 동맹으로 격상할 절호의 기회다. 대통령실도 7일 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한미 동맹이 더욱 능동적으로 진화해나가기 위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며 “행동하는 강력한 동맹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이 ‘행동하는 동맹’으로 거듭나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 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반도체지원법 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동맹인 한국 기업들에 주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도 도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한미 간 경제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안보 동맹을 뛰어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진화하기 위한 청사진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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