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3월 방일에 맞춰 열리는 양국 ‘비즈니스서밋(경제계 정상회의)’은 한일 재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상호 교류 정상화를 위해 추진해온 빅이벤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강제징용 갈등으로 양국 정부가 충돌하며 무역장벽을 높인 탓에 한일 경제계는 상호 투자 감소, 공급망 차질 등의 피해를 당했다. 이 때문에 양국 재계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양국 정부가 해법을 도출하기 전부터 관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도쿠라 회장은 “경제 교류를 계속하지만 정치 면에서도 확실히 관계를 만들면 한층 교류가 빨라진다”고 당부했다. 우리 측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은 3년 만에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이달 16~17일)에 열리는 한일 비즈니스서밋도 지난해 양국 재계가 합의한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열린다. 국내를 대표하는 5대 그룹 총수와 일본 게이단렌은 비즈니스서밋에서 양국 경제 교류와 협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비즈니스서밋을 통해 양국 재계 역시 셔틀 경제 외교를 복원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미래차 등 미래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은 물론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등에 대한 협의도 진행된다. 또 탄소 중립을 위한 그린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 교류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국 재계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미래청년기금’ 조성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청년기금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일 재계 교류가 복원되면 한미일 재계가 협력하는 ‘한미일 비즈니스서밋’이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일 재계의 협력에 속도가 붙기 위해서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현안에 대해 대승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16일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단순한 과거사 계승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사죄를 언급하며 갈등에 매듭을 지으려 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입장에 따라 일본 재계의 기금 출연 규모와 운용 방식 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의 서면 자료를 통해 6일 발표한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뜻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강제 동원 문제를 조속히 풀어내고 한일 간 경제·안보·문화 분야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초기부터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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