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대형 은행인 HSBC가 파산 위기에 놓인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지사(SVB UK)를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SVB의 해외 지사가 위치한 주요국 정부들이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가운데 영국이 먼저 급한 불을 끈 셈이다.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SVB UK를 1파운드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인수는 영국 내 HSBC의 사업에 매우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SVB UK 고객의 예금은 HSBC에 의해 뒷받침되는 만큼 평소와 같이 은행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10일 기준 SVB UK의 총예금액은 약 67억 파운드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국 정부와 영국은행이 오늘 오전 SVB UK를 HSBC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납세자의 지원 없이 예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영국 정보기술(IT)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주요 은행 등에 SVB UK 인수를 적극 타진해왔다. 이에 영국 청산 은행 중 하나인 런던은행 컨소시엄이 전날 SVB UK 인수 제안서를 재무부와 잉글랜드은행 등에 제출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왕가가 소유한 투자회사 로열그룹과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대출 업체 오크노스 등도 SVB UK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매각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은행 업계 관계자들과 SVB UK 예금자를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캐나다 당국은 SVB 캐나다 지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이를 정부가 영구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에 캐나다 지사에 대한 업무 정리 명령을 요청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피터 루트리지 캐나다 금융감독원(OSFI) 국장은 성명에서 “채권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캐나다 지사의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SVB 캐나다 지사의 자산은 8억 6400만 캐나다달러(약 8200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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