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노동조합 조합원이 조합의 5억 원 상당의 조합비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조합원의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되레 조합원 자격을 없애는 제명 처분을 받았다.
# B 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싫다는 조합원을 작업에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집회에 불참할 경우 노조원 제명 등 협박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노동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요구하거나 노조 내 횡령·배임 등 위법 사항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노조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거대 노조가 소수 노조나 근로자에게 강압적 행위로 권리를 침해했을 때는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된다. 노동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 여당이 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3일 국회에서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거대 노조의 괴롭힘 방지’를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이날 협의회에서 “노동 개혁은 국민의 삶 자체인 일자리와 직접 관련된 시급한 민생 현안임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 과제”라며 “우리 당과 정부는 ‘원팀’이 돼 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당정은 노조가 언제 어떤 용도로 어떻게 재정을 운용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회계’부터 바로잡기로 했다. 당정이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절반 이상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거나, 횡령·배임 등 사건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시를 요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노조는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회계감사원 임명 절차도 깐깐해진다. 회계감사원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회계 관련 지식이나 경험 등 직업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한다. 또 감사 과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합원이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회계감사원을 선출하는 한편 임직원의 겸직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은 노조 규약에도 명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합원의 회계 서류 열람권을 강화하고 관련 서류 보존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 총회에서 공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에 놓였던 거대 노조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한 제어장치도 마련됐다. 그동안 노조가 가입·탈퇴를 빌미로 불이익한 처분을 내리거나 폭행·협박 등을 일삼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당정은 이를 포함해 △다른 노조나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이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행위 △부당한 금품 등을 요구하며 업무 제공을 거부·해태하는 행위 △위법한 단체협약을 강요하는 행위 △소속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채용·임금 등 차별 강요 행위 등을 ‘불법행위’로 규율하고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 등 제재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조합원들과 근로자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노조가 자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며 거내 노조의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조법 개정안을 논의해 조속히 관련 법을 입법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민간 관계자들은 당정의 입법 방안에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특히 국민의 혈세인 국가 보조금을 받는 경우에도 관련 회계 관리가 대체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불합리한 노동 관행 개선 자문회의’ 단장인 김경률 회계사는 “보조금과 관련해 일반적 사업자나 개인의 경우 보조금 신청 절차에서 재무제표를 제출한다”며 “제가 수십개의 (노조에 대한 보조금 지원)사업을 검토한 결과 재무제표를 사전에 제출한 곳이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고 감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는 너무 당연하나 (노조를 벗어난) 회계 공시는 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간 뒤 이달 중 입법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할지, 상임위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지도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법안은 지도부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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